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밤 10시를 한참 넘어서 집에 가려고 교문을 나섰다. 편의점이 있는 골목을 지나면 아파트 단지 주변의 확트인 광장이 있고 그 한편에는 사람들이 앉아 쉴수 있는 벤치가 있다. 그 길을 가다가 저만치 벤치에 누군가 두 젊은이들이 병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냥 왠 사람들이겠지 하며 지나치려고 하는 순간 마주 앉은 모습이 눈에 익어 가까이 가 보았다. 그리고 나의 직감은 적중했다.
다음날이 놀토였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모습은 아무리 관대하게 생각해도 교사의 입장으로서는 용납 하기 힘든 그런 모습이었다. 두녀석이 마치 어른들처럼 아파트 단지내 공원에서 안주용 과자 봉지를 사이에 두고 카 * * 맥주를 마시고 있는게 아닌가???? 한 녀석은 우리반이었고 다른 한 녀석은 다른반 학생이었다. 그 녀석은 염치라로 남아 있는지 내가 다가서자 멀지감치 피해 숨어 있었지만 목소리를 통해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다. Y반 D녀석...
녀석들 고 3인데... 별 말 하지 않고, 그냥 집으로 향했다. 마음 속에는 수 없이 많은 생각들이 교차해가는 가운데...
토요일에는 평소 토요일처럼 삼각산을 올랐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제의 일을 생각해 가며 걸었다. 4시간을 그렇게 걸었다.
요즈음 아이들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른들 처럼 술을 마시나 보다. 어쩌면 그들도 19세가 되었으니 술을 마셔도 될지 모른다. 우리나라 법에 성인의 기준은 아직 20세가 아닌가? 두 녀석 모두 19세인데 도대체 어디서 맥주를 구했지? 그 편의점에서 판매 했나? 다른반 그 녀석 얼굴이 제법 붉게 보였는데... 정말 힘들 때지... 고 3 에 7, 8월 더위에 온갓 시험에 무심하게 하루 하루 다가오는 수능 시험날자가 압박감을 더하고 있으니 정말 힘들거야.... 다른 학교의 아이들은 어떨까? 노량진 입시 학원에서 공부하고 있는 수없이 많은 젊은 이들도 어제밤에 술 한잔들 했을까? 무엇보다 궁금한 것은 그렇게 맥주 한잔 한 것이 그 아이들의 스트레스를 조금이나마 덜어 줄 수 있었을까?...
산행을 하며 내내 머리속을 스쳐간 온갓 의문들에 대한 해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의문으로 남을 뿐이었다.
그리고 월요일, 오늘까지도 머리속이 혼란스럽다. 아이들에게 교사로서, 어른으로서,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 뭘 가르쳐야 하고, 뭐가 옳다고 이야기 해야 할지... 오랜 세월 선생으로서 교단에 서서 아이들에게 이것, 저것 가르치는 가운에 때로는 교사로서 어른으로서도 감당하기 힘겨운 가치관의 혼란을 겪을 때가 있는데, 지난 금요일부터 오늘까지의 내 모습이 바로 그랬다.
우리 사회 모든 분야에서의 변화가 엄청나게 빠르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따라서 사람들의 가치관 역시 어제가 오늘과 다르고, 오늘의 것이 내일 또 다른 모습으로 변하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빠른 변화에 사람들은 당연히 몸살을 겪는다. 사람들의 생각도 물리적 변화처럼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요즈음 아이들은 어른들의 생각과는 달리 엄청난 속도로 변해 간다. 인터넷 공간속의 변화 만큼이나 빠르게 변한다. 그리고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하고, 그들만의 가치관이 존재한다. 기존 문화와 가치관의 연속선상에서 나름대로 변화를 시도한 7,8십년대 아이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의 변화다. 이전의 그것들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태의 문화와 가치관으로 무장되어 있는, 그래서 기존의 것과는 전혀 다른 행동 패턴을 보인다 . 그렇게 변한 아이들을 이전의 가치나 기준에 따라 평가하고 판단한 다는 것 자체가 우습고 어리석은 일이다.
어른인 PeterPan이 혼란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판단 유보, 평가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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