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이른 봄 같지 않은 날씨다. 일기 예보에 따르면 오늘의 서울 기온이 20도를 웃돌거라고 한다. 어린시절, 3월의 매서운 꽃샘 추위에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학교에 갔던 일이 종종 있었는데, 오늘의 날씨는 이상기후 현상으로서도 그 정도가 너무 심한 편이라고 생각된다.
계절이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요즈음 우리의 세태 역시 온전한 곳이 하나도 없는 것 같다. 여의도 서쪽 건물에 있는 사람들이 그런 것 같고 동편에 있는 금융시장이 역시 마찬가지이다. 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죽어가고 다치고 못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지난 2월 어느 한동안은 온 사람들이 모두 선하고 이성적이었었다. 하지만 그 기간은 불과 1주일에 불과했다.
나는 요즈음 특별히 한 사람에게 감사를 한다. 그분이 없었더라면 금년 한해를 너무 힘들게 살아가야 했을 것이다. 매일 아침 6시에 잠에서 깨어나면 오늘은 어떤 녀석과 싸움을 해야 하나 하고 한숨이 나온다. 정말 유별난 녀석들이 모인 학급의 담임을 맡게 되었다. 고3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31명밖에 안 되는 학생들로 구성된 학급에서 개학한지 겨우 2주일 밖에 안지났는데, 결석생이 없는 날이 거의 없고, 지각과 조퇴가 없는 날이 거의 없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금년에는 기도가 거의 일상이 되었다. 심지어 수업 중에도 잠깐 잠깐 마음속으로 기도를 한다. 그러면서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말한다. "마음을 비우라고... 조그만 찻잔보다 작은 마음속에 뭘 그렇게 많이 채우려고 하느냐고... 마음이 너무 무거우니 자꾸 자꾸 비워 짐을 덜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그래서 마음이 정한 것 같다. 금년의 나의 화두는 <김수환 수테파노 추기경>으로 마음이 정했다.
나의 가슴은 작다. 그래서 사람을 껴안을 때에도 한번에 한사람 밖에 안을 수 없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동시에 안아 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 마찬가지로 내 마음 역시 한번에 한가지 문제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늘 힘들고 외로우면 한가지 마음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한다. 스테파노의 마지막 말씀을 나의 마음으로 하려고 한다.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또 사랑합니다.
그분처런 바보 같은 삶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