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하늘을 향해

etLee 2009. 4. 1. 11:22

 

사람들에게는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시간이라는 개념이 있다. 어제 일어났던 일이 일년전에 있었던 일과 다르고, 또한 지금 겪고있는 것을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렇게 경험한 것들을 시간이라는 관념과 관련시켜서 순서에 따라 기억하고 인지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인간은 미래라는 개념을 인지하고 그것에 대비하는 영리함도 갖추고 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몇몇 동물들에게서도 아직 오지않은 시간을 대비해서 사전에 먹을 것들을 모아두고, 흙속에 묻어두는 행동들이 관찰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의식적인 인지 작용 및 이성적인 사고에 근거하기 보다는 거의 생존 본능에 충실한 행동에 불과하다. 하지만 미래를 대비하는 인간의 행동은 동물들의 그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인간은 아직 존재하지도 않는 시간에 대비하여 물리적인 것 뿐만이 아니라 추상적이고 개념적인것 그리고 더 나아가 감정적면까지 준비 하기도 한다.

 

오늘을 살아가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 깊은 곳에서는 내일을 생각하며 거기에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여러가지 닥칠 일들에 대해 대비하고 준비하는 것은 우리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특히 이제 겨우 막 인생 항로를 시작한 젊은이들에게는 더욱 더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젊음의 시간은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지만 그 어느것 하나 결정된 것이 없다. 단지 불안한 미래에 대해 거의 맹목적으로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 앓이를 많이 하게된다. 특히 우리나라와 같이 무한 경쟁을 해야 하는 사회 문화적인 상황하에서는 젊은이들의 마음 고생이 더욱 더 격렬하고 치열하게 된다. 대학 입시를 앞둔 고3의 시기 한복판에 서 있는 학생들에게는 그 아픔과 고통이 더욱 더 심하다.

 

 

금년 한해의 삶은 이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매일 늦은 밤까지 교무실에 남아 뭔가를 하며 그 젊은이들과 함께 희망이 거의 없어 보이는 답답한 현실의 고통을 공유한다. 더불어 아이들과 함께 그들이 직면한 캄캄한 현실 어느 한편에서 희망의 빛을 찾아 그 빛을 보여주며 격려하고 위로하면서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거의 매일 아이들이 찾아와 뭔가를 묻고 이야기 한다. 때로는 자기 자신의 암담한 현실앞에서의 고통을 호소하기도 하고, 자신의 고민거리를 이야기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러한 고통과 아픔들이 담긴 사연들이 각자 자신들의 미래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가며 준비하려는 노력의 결과이지만, 그들의 아픔속에서 해줄수 있는 위로와 격려의 말이 그렇게 많지 않아 안타깝다.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에게 나는 자기 자신의 인생항로를 헤쳐나가면서, 가끔은 하늘을 바라보라고 한다. 그 하늘에는 구름이 있고 바람이 있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인생이라는 배를 이끌어가는 돛대가 푸른 하늘을 찌르듯이 솟아있다. 그리고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바람에 돛이 휘날린다. 실바람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듯 그 돛이 팽팽한 긴장감을 잃지 않은채 매달려 있다. 그것이 바로 '너의 모습'이라고 말한다. 지친 자신만을 보지 말고 영혼 깊은 곳에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 채 힘차게 인생 항로는 헤쳐나가는 자신을 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모습의 너의 참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