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음료수 깡통, 그리고 휴지조각.

etLee 2009. 4. 6. 16:40

 

 

계단위에 버려진 음료수 깡통과 휴지조각...

휴식 시간에 우연히 발견되어 시선을 끌길래 한컷 찍어 보았다. 누군가 급하게 계단을 올라가다가 층계 모퉁이에 조심스럽게 놓아두고 간것 같은데, 아무렇게나 버려진 한조각 휴지가 대조를 이룬다. 빈깡통이나 휴지 모두가 아이들이 버리지 말아야 할 곳에 버렸다는 면에서는 다를바 없지만 놓여있는 모습은 사뭇 다르다. 어쩌면 한 학생이 모두를 버렸을 수도 있고, 또는 다른 학생들이 시간을 두고 지나가다 이렇게 버려놓았을 수도 있다.

 

대략 10년쯤 되었나 보다. 학급의 담임 교사로서 교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일 조차 힘겹고 엄청난 기를 소모해야하는 고된 잡무가 된것이 그쯤의 세월이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빗자루와 스레받이를 자연스럽게 들고 다닌다. 물걸레를 들고 교실 바닦을 닦는 일도 흔해졌다. 최근에 이르러서는 화장실 청소는 아이들을 전혀 시킬 수 없다. 조만간 그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실 청소까지 아이들 시키기 어려운 때가 될것 같다.

 

청소는 그렇다고 치자. 청소를 깨끗이 하기에 앞서 아이들이 쓰레기나 휴지를 제대로 버린다면 청소가 그렇게 힘든 일은 아닐 것이다. 자기 자신의 활동의 결과로 발생하는 쓰레기를 휴지통에 까지 들고가서 버리는 아이들이 정말 적어졌다.  휴식시간이나 점심식사후에는, 한창 커가는 아이들 답게 매점에 가서 군것질한다. 하지만 그에 따라 발생하는 각종 쓰레기의 상당 수가 제자리에 버려지지 않고 교내 여기저기에 버려지거나, 놓여진다. 점심 시간 이후 학교는 쓰레기와 전쟁을 한바탕 치룬다. 그러니 교실 역시 예외가 없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예나 지금이나 꼭 청소 시간을 갖는다. 청소 당번을 정하는 것은 담임 교사마다 다르지만 청소를 한다는 사실은 모두 같다. 내가 우리집 아이들이 청소 하는 습관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것처럼, 요즈음의 부모들 역시 마찬가지인것 같다. 아이들이 청소 하는 습관도 없지만은, 청소를 하는 학생들 조차 도대체 청소하는 방법을 모른다. 교사의 눈에는 쓰레기가 여기 저기 널려 있어 청소가 덜 된것 같은데 아이들은 다했다고 한다. 게다가 빗자루 질을 할 때에 힘을 주에 눈에는 잘 안보이는 모래나 먼지 같은 것도 쓸어 내야 하는데 커다란 것만 슬슬 쓸어내는 식이니 청소가 끝났다 해도 여전히 먼지가 날린다.

 

어떤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지도 모른단. <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에 진입했으니 학교 청소 정도는 이제 학생들이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이 말이 실현 된다면 가장 먼저 반길 사람은 학생들이 아니라 교사들일 것이다. 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매일 매일 교실 청소에 신경쓰고 청소 도망치고, 쓰레기 버리는 일에 아이들과 싸워야하는 그런 번거로운 일이 없어진다면 얼마나 편하겠는가?  아이들이 청소하는 것까지 가르칠 필요가 없어지니 정말 좋겠는가?

 

그건 우리의 현실이 아니다. 앞으로 한참 동안 우리 교사들은 아이들과 교실 환경과 청소 문제로 씨름을 해야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덜 버리고, 제대로 버리는 방법을 가르치는 일 역시 우리의 일 가운데 하나라는 사실을 기꺼이 받아들이며 말이다. 어느덧 가정에서 부모들이 못가르치는 것이 정말로 많아진 그런 시대가 되었으니 더욱더 필요한 일인지 모르겠다. 그것이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지불해야할 댓가이고, 그리고 그 일을 떠맡을 사람이 우리 교사들밖에 없다면 그렇게 해야하지 않을까?

 

층계에 놓인 빈 음료수 깡통이 그렇게 싫지 않은 하루였다. 저렇게 한 아이도 세월이 지나면 쓰레기 잘 버리고 환경보호 활동에 앞장서는 어른이 될것이라는 믿음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