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왕?
오늘 비상 통장에서 귀중한 비상금을 출금했다. 며칠전 아버님 제삿날 행사를 치루는데 들어간 비용 때문이다. 은행을 나오다가 갑작스럽게 '내 돈을 맡긴 댓가로 받은 이자보다 더 많은 비용이 나가네?'라는 생각이 떠 올랐다. 통장을 샆펴보니 금년 한해 동안 소득세를 공제하고 총 1831원을 이자로 받았다. 그런데 영업시간 이후의 출금 수수료로 지불한 돈이 5회에 걸쳐 3000원이었다.
비상금을 넣어두는 통장은 말 그대로 평소 여유가 생기면 넣어 두었다가 필요할때 찾아쓰는 그런 돈을 맡겨두는 통장이다. 그러니 필요한 돈을 출금하는 시간이 꼭 은행이 영업하는 중간에 발생하는 일은 오히려 예외적인 일이 된다. 휴일이나 은행 영업시간이 지난후에 갑자기 돈이 필요한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일이 발생할 때마다 은행은 어김없이 그 수수료를 떼어간다. 1회에 600원이다. 쉽게 말해서 얼마 않되는 돈을 잠시 맡긴 비용으로 년간 받은 이자보다도 1169원을 더 지불한 꼴이 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가장 이익을 얻은 대상은 은행일 것이다. 맡긴 돈을 이용해서 이자 소득을 얻었을 것이고, 영업시간 이후의 거래 수수료 역시 은행의 수익이 된다. 그 다음으로 이익을 본 대상은 20%의 이자 소득세를 거두어들인 국가일 것이다. 작년 미국발 경제 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의 금리가 거의 제로 수준으로 가까이로 떨어졌다. 보통예금 또는 저축예금 형태로 은행에 돈을 맡기면 금년 같은 경우 물가 상승 뿐만 아니라 소득세를 포함한 각종 세금과 의료보험비 같은 준 조세 형태의 비용 상승을 차감하면 실질적으로 손해를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저축을 하겠는가?
하긴 지금의 경제상황으로는 저축은 불가능하다. 아니 저축이 아니라 매달 적자나는 것을 메우기 위해 이제는 뭔가 생활비를 축소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말 우울한 일이지만 공무원 봉급이 2년째 동결이 예정되어 있고, 그동안 상당히 인상되었던 의료보험비가 내년에 더 인상될 것이라고 한다. 오늘 출금으로 그동안 조금씩 모아 두었던 비상금의 3분의 1이상 줄게되었다. 하지만 이런 우울한 소식들 보다는, 비상시에 대비해서 얼마간의 돈을 잠시 맡겼다는 이유로 발생한 그 비용(???) 이 더 마음을 상하게 했다. ㅋ ㅋ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