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수시 전형제도에 대한 유감

etLee 2010. 7. 16. 11:04

인류 역사 기록은 누구의 기록인가?

또한 누구들의 삶인가?

 

   며칠 전 모 대학 홈피에 들어가 금년도 대학 입시 요강을 살펴보았다. 그러면서, 그 대학에 합격할 가능성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학생들과 그 학부모들이 치루어야 하는 대가가 얼마인가를 생각했다. PeterPan의 사고의 흐름은 곧 자신과 직접 관련을 맺은 학생들 중에 그 영역에 속할 수 있는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셈을 해 보았다. 슬픈 현실이지만 극히 소수만이 그 대학에 지원할 수 있는 조건들을 겨우 갖추었다는 사실에서 결국 삶의 가장 원초적인 질문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세상에는 정말 좋은 책들이 많다. 그 많은 책속에는 한결같이 거의 절대적인 진실들이 담겨 있다. 인류 역사에 존재해 왔던 그처럼 많은 현자와 지자들이 한결같이 말한 진실들이 우리 삶의 현실 속에서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더 개탄스러운 점은 그러한 진실들이 일부 계층, 혹은 집단들의 이익을 확보하고 수호하는 각종 장치들을 합리화하는 도구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다는 사실이다. PeterPan은 현재 우리나라의 대학 신입생 모집과 관련된 제도들에서 그런 모습들을 본다. 각종 방식의 수시 입학 전형제도와 관련해서 더욱더 그렇다. 각 대학들은 모집 요강에서 여러 가지 다양한 논리와 현란한 수식어를 동원해서 수시 입학 전형 방식들을 설명한다. 다양한 전형제도를 통해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는 학생들에게 각자 자신의 능력에 가장 적합한 전형방식을 통해 대학 진학을 할 수 있게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문제는 각 대학의 모집 요강에서 요구하는 그렇게 많은 조건들을 어린 학생들이 학교 교육만으로는 갖추기가 그렇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20년이 넘게 교사 생활을 한 PeterPan의 주변에 있는 학생들 중 그러한 조건들을 갖출 수 있는 학생의 수가 극이 소수라는 현실을 감안하면 대학의 집단 이기주의는 그 도를 넘어섰다고 보인다. 최근에 도입된 입학 사정관제를 포함한 각종 수시 전형제도의 근저에는 특수목적고을 중심으로 한 소수의 최 상위권 학생에 속한 학생들을 확보하고 덤으로 수시 전형의 부과 효과인 수시 전형료를 챙기겠다는 의도가 적나라하게 깔려 있다. 쉽게 말해서 자신들에게 주어진 제도상의 이익과 기득권을 절대 포기 못하겠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보통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XX전형에 지원해서 합격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조건들 -최 상위권의 내신 성적, 사정관 전형에 참고 자료가 되는 각종 활동의 기록과 포트 폴리오들, 혹은 특출한 논술을 쓸 수 있는 능력, 최상위의 영어 글이나 수리 문제를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 최종적으로 최 상위의 수능 성적-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지적인 능력이 있는 학생이 얼마이고, 더 나아가 이런 것들을 충족시키기 위해 들어가는 비용들을 감당할 수 있는 가정이 얼마인지 생각해 본 사람들이라면 그런 모집 요강을 만들지 못할 것이다. 상식적인 교육적 신념과 양식을 갖고 있다면 그런 제도를 만들 수 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제도들이 버젓이 시행되고 있다. 다양한 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대학 입학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제도라는 논리를 펼치면서 그런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오늘의 결론은 간결하다.

인류의 역사라는 것도 결국은 승자의 역사라는 것,

승자들의 삶이라는 것...

 

너무나 짐승같은 결론이 아닌가?

그 많은 책들속에 기록된 진실들의 단 몇 퍼센트 만이라도 우리의 삶 속에 반영되고, 투영된다면 지금 보다는 훨씬 더 수월하고 편한 세상이 될 듯싶다. 조금만 자기 것을 자기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실행하면서 살아간다면 지금 보다는 덜 척박한 세상이 될 것 같다.

고3 학생들은 오늘도 힘겨운 하루를 살아간다.

이들이 언제쯤 조금 편해 질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