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D고교 방문기

etLee 2011. 7. 5. 19:44

   어느덧 7월이다. 세월 정말 빠르게 지나간다. 새해를 맞이한 1월의 추위에 떨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하지가 지났다. 오늘은 학생들의 시험이 끝나고, 경기도 용인에 있는 D고등학교 방문을 했다. 학교가 무척이나 깨끗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복도를 비롯하여 학생들의 화장실 역시 서울시내 중심가에 있는, 그래서 관리가 아주 잘 되고 있는 최신식 건물의 화장실 만큼이나 깨끗했다. 전교 교과 교실제로 운영되고 있는 교실의 청소상태도 너무 깨끗했고, 벽에 낙서도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한마디로 요즈음 고등학생들이 사용하는 그런 학교의 모습이 아니었다.

 

   학교의 교장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 그리고 몇분의 부장 선생님들의 말씀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보였다. 전국적으로 특별한 학교로 소문이 나있고, 언론에서도 자주 거론되는 학교인 만큼 그정도의 모습이라는 사실에는 별로 놀라운 것이 아니었지만, 학교를 그정도로 만들기 까지 투자된 물적 인적 노력이 엄청났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학교를 그렇게 만들기 까지는 약 16억원의 재정적 투자가 있었다고 한다. 설명에 따르면 현재 1, 2학년 학생들의 인적 자원은 괜찮다고 하며, 학교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협조와 노력이 함께 한다고 한다. 그 학교를 떠나는 순간 까지 질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거의 모든 선생님들께서 밤 10시까지 학교에 남아 일을 하시느냐고...

 

   PeterPan은 하루 14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항상 일하는 것은 아니지만, 생활의 대부분을 이 좁은 공간에서 보내면서 뭔가 끊임없이 한다. 그러면서도 매일 매일 일에 허덕인다. 지나고 나면 별로 한 일도 없는것 같은데 매일 바쁘다. 처음 교사라는 일을 시작한 이후 주변 사람들로 부터 그럭저럭 일 열심히 한다는 평을 들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나이가 들었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능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알수는 없지만 요즈음은 정말 힘겹다. 어떤 의도로 오늘 그 학교를 방문하는 연수 일정을 잡았는지 모르지만 PeterPan의 마음 속에서는 자꾸만 회의감이 들었다. 그 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각종 교육 프로그램들에 대해 감탄하고 조금이라도 따라 하고 싶다는 생각 보다는-상당부분은 우리도 이미 실행하고 있지 않은가?- 저항감이 들었다.

 

   얼마전 고등학교 1학년 모의고사 영어 지문에 날개 하나만 있는 천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 천사중 한 명에게 왜 치료를 받지 않는가 하고 물었더니, 그 천사는 말없이 다른 천사를 껴안고 함께 날아갔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포용과 협동의 중요성, 그리고 그 잠재력을 인식하게 된다. 세상 일이 혼자 할 수 있는 일보다는 함께 해야 하는 일이 더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각자는 바닷가 모래알 처럼 함께 있지만 서로 떨어져 있다. 그래서 힘들고 쉽게 지치는 것 같다.

 

   사람들은 세상을 바라 볼 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지 않는다. 각자, 자기 자신의 색안경을 통해 세상을 관찰하고 판단한다. 오늘 PeterPen이 바라본 그 학교의 모습을 긍정적인 모습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아마 PeterPan이 현재 처한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정말 세상을 어린아이의 눈빛으로 보고 싶다. 그런데 너무 자주 그렇지가 못하다. 거의 매일 10시까지 학교에 있으면서도 홀로라는 느낌이 드는 것은 PeterPan만의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