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소나기에 대하여...

etLee 2011. 8. 3. 17:01

    얼마 전 TV에서 세상에서 상처받고 산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할아버지의 삶의 모습을 소개했다. 할아버지는 다소 거칠고 서투른 표현력으로 당신께서 산에 살게 된 사연을 짧게 이야기하셨다. 그렇지만 그 내용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충분히 공감이 되었다. 배움이 부족해서, 많이 배우고 힘 있는 사람들로부터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면서 마음의 멍이 깊어져 세상을 등지게 된 사연이다.

 

    우리의 옛 이야기 중에는 선인 혹은 도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세상을 등지고 낙향하거나 산속에 홀로 들어가 살았다는 이야기도 적지 않다. 어린 시절부터 우리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들으며 성장했다. 하지만 그분들이 그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고, 어째서 그런 삶을 선택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물론 대부분은 자신의 신념이나 철학에 따라 그런 선택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거친 세상에 떠밀려 그런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 세조의 왕위 찬탈에 대항해서 벼슬을 그만두고 야인의 삶을 살았던 생육신과 같은 역사적인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시사하는 바를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TV 이야기 속의 그 할아버지 역시 우리의 옛이야기에 나오는 그런 분들의 연장선상이 아닐까?

 

 

    우리내 삶이 정말 힘들고 거칠다. 지난 한주 동안 내린 비로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을 입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재산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수해의 원인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제각기 다르다. 어떤 이들은 인재라고 이야기하고 또 다른 사람들은 어쩔 수 없는 자연재해라고 말하기도 한다. 각자의 입장과 생각에 따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으며 대부분 분쟁으로 비화된다. 자연재해로 생기는 일은 어쩔 수 없다. 또한 그것이 인재라 해도 이미 발생한 피해를 되돌릴 수도 없다. 살아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지 피해를 복구하고 상처가 있다면 치유해야 한다. 다만 그것을 해결해 가는 과정에서 생각과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수해로 입은 피해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적지 않은 미담이 들려온다. 삶이 힘들다고 느껴지다가도 이처럼 들려오는 좋은 이야기들이 있어 견디기가 쉽다.

 

 

    오늘 오후에도 한바탕 소나기가 지나 갔다. 하늘이 아직 흐리고, 일기 예보에는 많은 비가 있을 거라고 한다. 우리의 삶이 요즈음 우리네 날씨와 같다. 밝은 햇살이 가득한 화창한 날처럼 마냥 행복할 때가 있는 반면에, 구름이 잔뜩 끼어 온 세상이 밤처럼 캄캄한 그런 날처럼 모든 것이 절망스럽게 여겨지는 때도 있다. 때로는 소나기를 만나 온몸이 엉망이 되기도 한다. 그렇더라도 절망하지는 말아야겠다. 삶의 무게에 치여 넘어져 죽어서도 안되고, 세상에 밀려 산으로 가는 일은 없어야겠다. 소나기가 오면 잠시 피하면 된다. 설혹 소나기를 맞아 온몸이 엉망이 될지언정 마음은 태양을 향해야겠다. 세상 영원한 것은 없다. 비가 아무리 세차게 내린다 해도 끝이 있다. 시커먼 구름 위에는 찬란한 햇살이 빛나고 있다. 세상 그 누가 알 수 있단 말인가? 우리 삶의 고난 저 너머에는 무슨 기적이 숨겨져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