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자본시장이 슬프다.
우리나라 자본시장이 비정상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불과 며칠전에도 2100선을 유지하던 코스피 지수가 오늘은 한때 1600대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이처럼 자본시장이 요동을 치면, 그 피해자는 당연히 다수의 민중이 된다. 엄청난 자금력과 최신, 최고의 정보에 가장 접근력이 뛰어난 위치에 있는 사람이나 기관은 이처럼 위기 상황에서 더욱 더 부를 축적한다.
옛부터 전해오는 것중에 "가뭄에는 땅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다. 일년 농사를 지어 수확해서 농사 짓는데 들어간 비용과 세금등을 지불하고 남은 것으로 한해를 살아가야 하는 가난한 농부에게 가뭄은 재앙이다. 가뭄을 참고 견디다 한계에 부딪힌 농부들은 어쩔수 없이 자신들의 피와 살과 같은 농지를 팔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부과 권력을 소유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런 상황은 그들의 부와 재산을 늘리는 기회가 된다. 하지만 우리 조상들은 이러한 상황을 자신들의 부를 확대하는 기회로 삼은것 같지 않다. 가뭄이 들어 지역사회의 주 구성원인 농부들이 살기 힘들어지면 그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자신들의 곡간을 풀고, 시절이 좋아지면 갚으라고 농사자금을 거의 무이자로 빌려주었다고 흔히 전해져 온다. 이처럼 우리네 조상님들은 정말 지혜롭고 인간적이었다.
1990년대 IMF경제 위기와 미국발 경제 위기를 거치면서 우리나라의 부의 이동현상이 특정 계층으로 집중화 되었다. 두번에 걸친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상당한 수의 중산층이 몰락하여 계층 하락을 겪었고 상류층으로 부가 더욱 더 집중화 되어 빈부의 격차가 단군이래 가장 크게 벌어졌다. 우리나라 사회 구조는 경제적으로 중산층이 붕괴되어 소수의 상류층과 다수의 서민층으로 양분화 된것같다. 그러는 와중에 금리가 물가 상승률보다 낮게 유지되어 상당수 서민들이 주머니 쌈지 돈을 직간접적으로 돈이 된다는 주식시장에 투자했다. 금융기관에서 융자를 받아 투자한 사람들도 적지 않다고 한다. 자본 시장을 움직이는 기관과 그곳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 대중매체과 결합하고 정부의 암묵적인 묵인하에 일반 백성들에게 마치 주식시장의 위기같은 것은 결코 존재할 수 없다는 신화를 주입시킨 결과다. 일명 "개미"들은 마치 개미가 페로몬에 이끌리듯 주식시장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일어났다.
오늘 코스피 지수가 1800을 겨우 넘어 많이 회복된 상태로 끝났다고 한다. 오늘 하루동안 주식시장이 100포인트를 뛰어넘게 요동쳤다. 내일 조금 나아질거라는 보장이 없다. 최근 며칠동안의 일로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흔한 말로' 망했을 것이다. 사학연금 단장이 "폭락뒤 폭등온다"고 한다. 그런건 나도 안다. 세월 지나면 자본 시장이 안정 될 것이고, 주가 역시 회복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보다 엄청나게 더 많이 오를 것이다. 그건 세상의 이치 아닌가. 문제는 그렇게 세상이 순환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람들이 고통을 겪게되고 부의 집중화가 더욱 더 심화 될거라는 것이다. 이 소용돌이 속에서도 어떤 사람은 큰 돈을 벌게 될것이다. 또 어떤 이는 기회를 잃었다고 후회하고 아쉬워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사태가 실물 경제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 할 것이다. 세상 살아가는게 왜 이리 답답하고 깜깜한지 모르겠다. 정말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더욱 더 아쉽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