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성당에서의 유감
내가 주일 미사에 참여하는 시간은 유치원 아동부터 고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침 미사다. 신부님 강론이 이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보니 열심히 귀 기울여 들으며 많은 생각을 필요로 하는 그런 주제가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 미사 시간을 더욱 더 좋아한다. 때로 뭔가 많은 생각을 할 일이 생기면 미사 시간이 정말 좋은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 아이들과 함께 성당에 갈 수 있어서 좋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아이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오늘은 미사가 끝나고 딸아이와 집으로 돌아 오며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다. 그중에 내가 가르쳤던 어떤 학생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 학생은 지금 2학년이고 내가 학교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잘 안다. 그 학생은 나와 자주 성당에서 얼굴을 마주 하지만 인사 한번 하지 않았다. 그것은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다. 이제 얼마 후면 학교에서 그 학생과 마주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내가 다른 학교로 전근 갈 예정이니까. 지역사회에서 내가 가르치는 학생과 마주치는 것은 정말 불편한 일이다.
거의 2년전 일이다. 내가 담당했던 바로 옆반에 한 학생이 지속적으로 같은 반 학생에게 요즈음 사회 문제가 되고 있듯이 따돌림을 받을 뿐만 아니라 돈 같은 것을 지속적으로 빼앗기고 있었다. 1학기 중에 그런 일이 담임 교사에게 감지되어 관련 학생들이 1차적으로 학생부로 부터 학칙에 따른 징계를 받은 상태였으나, 2학기 10월 말이 되어서도 멈추지 않았다. 나 역시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 반 담임 교사와 그 문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리고 이후 결정적으로 그런 일들이 감지 될 때에는 내가 개입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다. 그 선생님은 신임 여교사였고 그 학생들이 첫 담임이었다.
수학여행중 그 선생님이 우리반 학생의 MP3에 학생들이 한 학생을 대상으로 괴롭히는 모습이 담겨 있는 동영상이 저장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그것을 압수해서 나에게 넘겨 주셨다. 나는 그것을 근거로 학생부로 넘겨서 관련 학생을 조사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학칙에 따른 절차를 걸쳐 징계하고, 그중 2-3명은 전출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 했다. 피해 학생과 상담을 통해 알아낸 사실은, 그 아이들이 중학교 때부터 그랬다고 하며, 그것이 고등학교에 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 일로 한 학생이 타학교로 전출되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피해 학생이 전처럼 심하게 괴롭힘을 당하는 일은 사라졌다. 지난 1년 내내 교내에서 피해 학생은 나에게 밝은 미소로 인사를 하며 한마디 꼭 덧붙여 하는 말이 있다. "선생님 덕에 저, 요즈음 편하게 학교 잘 다니고 있습니다." 성당에서 만나는 그 학생은 피해 학생을 중학교 때부터 왕따시키던 아이들중 한명이었다. 오늘은 그 학생의 아버지가 누구 인지 알게 되었다. 성당에서 함께 잠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았다. 어쩌면 그 학생은 그 일에 대해 자기 잘못은 전혀 없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나는 교사다. 그리고 어른이다. 그래서 아이들의 잘못을 가르치고 고쳐주며, 결국에는 아이들을 용서해아 한다는 것은 너무 잘 알고 있고 대부분은 그런다. 그런데 가끔 결코 용서가 않되는 아이들이 있다. 아니 용서하고 싶지않다. 아이들의 잘못된 행동이 수정되기는 커녕,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고 합리화하며 그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을 오히려 피해 학생에게 돌리는 아이와 그 학부모가 그들이다. 아무리 용서하려고 내 마음을 다독거려도 용서되지 않는다.
오랜 세월을 교사라는 일을 하다 보니 이런 일들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일과 관련된 자료를 갖고 있다. 이런 일로 인해 교사라는 직업을 그만 두겠다고 심각하게 고민했었던 일도 있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아이들이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힘들어 하고 있을 것이다. 나 역시 고등학교 시절에 이런 일의 피해자로 힘들어 했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불행한 사실은 이런 일이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제도를 잘 만들고 운영한다 해도 사람들의 본성이 변하지 않는한 이런 일들은 앞으로도, 어딘가에서 계속 발생할 것이다. 다만 교사로서 그런 모습을 감지하고 목격할 때마다, 피해 학생이 더 이상 그런 못된 짓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도와주고, 가해 학생 역시, 그런 행동이 잘못된 것임을 깨닫게 해서 더이상 그런 짓을 하지 않게 최선을 다할 뿐이다.
사회는 교사의 이런 노력에 도움이 될 수있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지지와 격려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사회로 부터 기대할 것이 거의 없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한동안 사회 곳곳에서 학교폭력 대책이니 뭐니 하며 떠들어 대겠지만.... 그래서 슬프고, 오늘의 미사가 유감스럽다. 신부님은 좋은 말씀 하셨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