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산에서 생긴일
어제, 일요일 미사를 마치고 북한산 등산을 갔다.
승가봉을 지나서 문수봉을 바로 앞두고 조금 험한 바위가 있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60대 중반의 여성 등반객 한명이 바위틈에서 오른쪽 팔이 아프다며 꼼작 못하고 누어 있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팔을 제외한 다른 곳의 부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팔을 거의 움직이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골절이 분명했다. 앞서 길을 가던 일행 한분이 친구가 따라오지 않자 오던 길을 다시 돌아왔다. 환자는 오른쪽 팔꿈치 바로 위에서 부터 심한 통증을 호소했고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할 정도로 고통스러워 했다. 환자의 말에 따르면 썩은 나무를 밟았는데 그것이 부러지는 바람에 균형을 잃고 넘어져, 바로옆에 있는 바위에 팔을 심하게 부딪쳤다고 했다.
경험상 골절 부위를 뭔가로 고정시켜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이전에도 겨울 등산중 이런 일을 2번이나 경험했기 때문에 뭐가 필요한지 바로 알고 행동에 옮겼다. 환자의 친구라는 분의 등산 배낭에 휴대용 방석이 눈에 띄어, 그것을 달라고 해서 다친 팔을 감싸고 지나가는 등산객이 건네준 압박 붕대로 부러진 팔을 고정했다. 높은 산 능선이라 날씨가 꽤 쌀쌀했다. 20-30분쯤 지나 골절의 충격에서 벗어난듯 움직여 보겠다고 했다. 압박 붕대를 하나 더 얻어 골절된 팔을 완전히 몸에 고정시키고 그 아주머니의 왼손을 부축해서 천천히 승가봉쪽을 향해 갔다. 눈이나 얼음이 거의 없어서 힘은 들었지만 안전하게 천천히 이동할 수 있었다.
가던 길을 멈추고 승가봉을 바라보니 119구조대가 승가봉 정상에서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 119구조대가 응급 조치를 편하게 할 수 있는 곳까지 계속해서 이동해서 환자를 구조대에게 인계했다. 부상당한 환자와 일행 아주머니가 고맙다는 말을 끝으로 헤어져서 나는 다시 반대 방향으로 원래 의도했던 등산을 계속했다. 예정된 등산 시간보다 1시간 이상 오래 산에 머물게 되었다. 환자 발생으로 긴장한 상태로 한동안 서있어서 그런지 체온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체력 저하도 심했다.
북한산을 매주 오르기 시작한 것이 10년이 넘었다. 이번 일처럼 팔이 골절된 환자를 부축하며 능선을 탔던 일도 경험했고, 구조헬기로 등산객이 구조되는 일은 아주 흔하게 목격했다. 산을 오를때마다 늘 마음에 새겨두고 다짐하는 것이 있다. 절대 조심하고, 무리하지 말자! 건강을 지키기 위한 산행이 건강을 해치거나 몸을 손상하는 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주의해야 겠다고 어제 일로 또한번 마음에 새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