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음~ 졸려!(부제: 죽은 시인의 사회)

etLee 2008. 12. 3. 00:01

  

  

   사람이 정신없이 바쁘면 매일 매일의 삶을 돌이켜보고 때로는 반성도 하는 마음의 여유가 사라진다. 2008년 한해도 이제 채 한달이 남지 않았다. 다음주 월요일은 매년 맞이하는 아버지의 제사가 있다. 그리고 나면 크리스 마스를 정점으로 또 한해가 마무리 된다.

 

    금년 한해를 돌이켜 보면 정말 바쁘고 정신없이 생활을 했다. 거의 매일 밤 10시가 넘어서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귀가하는 학생들과 별을 보며 학교 문을 나섰다. 어떤 때에는 우리집 꼬마 녀석들의 잠든 얼굴만 보며 월요일 부터 금요일까지 한주를 보낸 경우도 많았다. 그렇게 학교 생활에 온 마음을 쏟아 붓고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누군가 묻는다면 별로 대답할 것도 없다. 그냥 그렇게 살아온 한해다.

 

   학생들에게 비춰진 PeterPan은 어떤 모습?

 

  엊그제 아침에 책상위에 아이들이 버려 두고 간 인쇄물 한장을 우연하게 주어 읽어보게 되었다. 논술 수업과 관련된 인쇄물이었는데 그 주제가 학생들 체벌에 대한 주제로 글을 쓴 내용이었다. 난 맨 위쪽 한 문단을 읽다가 그냥 재활용 쓰레기 통에 넣고 말았다. 그 글은, 학생들을 체벌하는 교사는 학생들을 대화를 통해 설득하고 교육시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는 그런 내용이었다.

 

   사실 내가 남학생들과 생활 할 때에는 자주 몽둥이를 든다. 아니 아예 손에 늘 들고 다닌다. 한때는  나무 밥주걱을 들고 다녔다. 그런데 요즈음은 전에 학교에서 학부모들이 단체로 구입해준 얇고 넙적한 매를 들고 다닌다. 오늘도 지각한 녀석들은  엉덩이를 3대씩 얻어 맞았다. 그렇다고 그 매를 아무에게 들이 대지는 않는다. 여학생의 경우에는 그 매를 사용하는 일이 거의 없었다. 거의 우리 반 녀석들에게 사용하는게 전부다. 

 

    PeterPan의 수업시간에는 아이들이 많이 떠들고 유별나게 많이 잔다. 요즈음은 기말 시험이 얼마 안남아서 그런지 PeterPan의 수업에 귀 기울여 듣는 학생들의 수가 현저하게 줄었다. 어떤 녀석은 버젓이 다른 과목 책을 펴놓고 읽는다. 속이 상한 PeterPan은 소리만 고래 고래 지른다. 하긴 요즈음 수업하는 내용은 시험 범위 밖에 있는 것이다. 그러니 요즈음 아이들에게 그 수업 내용이 어떤 의미가 있겠는가! 내신 성적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텐데...

 

   이미 PeterPan은 울반 녀석들과는 대화나 설득을 통한 교육 능력이 없다는 것이 판명나 있는데, 거기에다 다른반 녀석들에게 까지 매를 들면 설자리가 남아 나기나 하겠는가? 어떻튼 매를 한번이라도 덜들어야 덜 무능한 교사가 될테니까...

 

   아이들에게 비춰지는 교사의 모습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 어떤 경우에는 교사가 생각한 의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아이들에게 각인 되는 경우도 있다. 슬프지만 현실이다.

 

   오늘도 PeterPan은 밤 9시를 넘겨서야 교문을 빠져 나왔다. 왜 그렇게 늦게까지 남아 있느냐고 묻는 다면 제일 쉽고 편한 대답은 PeterPan이 부족해서라고 하는 것이다. 부족한 것이 너무 많아서 근무 시간에 다 해결 못하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이 가장 정확한 답일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 경쟁력이 떨어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대학 4학년 4월 한달 동안 교생 실습을 끝내고 대학 캠퍼스로 돌아온 이후 몇개월 어린 소녀들에게서 많은 편지를 받았다. 그때까지의 내 삶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로 부터 동시에 관심과 사랑을 받아 본것이 처음인지라 너무 행복했다. 결국 그 행복감이,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와 "To Sir with Love"라는 영화와 더불어 PeterPan을 교사의 길로 접어들게 만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그리고 21년째의 한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그 편지들은 아직도 PeterPan의 책상속 어딘가에 숨어 마음속에 끊임 없이 속삭인다. "그때의 마음, 잊지 마세요!"라고 끝없이 외친다. 그 외침이 오늘도 그 시간까지 버틸수 있게 한 원동력인지 모르겠다.  

 

   PeterPan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많으면 좋겠다.

PeterPan은 아이들에게 거침없이 늘 "I love you."라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음~ 졸립다. 벌써 자정이 넘어가네...

 

모두 잘자길...

모두 행복한 꿈 꾸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