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일...
오후에 자율학습 감독이 있어서 학교에 갔다.
연말 정산을 할 때가 되었길래 날자 확인하고 열심히 작업했다.
그런데 모든 일이 허사가 되었다. 15일 부터란다. 난 열심히 다 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은 들었다. 집사람이 넘긴 카드 사용 내용이 안보였다.
그래서 "얼마나 공제 받겠어?" 하며 그냥 했다. 그런데 그 모든 작업이 작년 창에 입력 되었단다. 행정실에서 확인 해 줬다.
정말 내가 한심했다. 날자 제대로 확인 하지 않고, 그냥 학교 하루 나가기 싫어서, 하루 더 편하게 책 읽고 싶어서, 확인 제대로 하지 않고 서두르다 보니그런 일이 발생 한 것이다.
욕심은 이처럼 실수를 부르게 되어 있다.
오후에 자율학습 감독을 했다. 2학년 녀석들이 입시가 코 앞에 닥쳐서 그런지 많은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었다.
지금 공부를 시작해도 늦지는 않았지만, 이 학생들 중에 상당 수가 금년 말에 좌절을 맛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찡했다.
감독을 하는 중에 내가 후원하는 미얀마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2011년 5월 부터 시작 했는데 편지만 받았지 답장은 한번도 못했다.
그 아이가 우리 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지금 자습실에서 공부중인 2학년 녀석들의 경쟁 상대가 되었겠지만, 가난한 나라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나서 학교에서 고등학교 교육 받는 것을 중지 했다고 한다.
금년에는 뭔가 선물이라도 보내 주어야 겠다.
나는 뭘 사다 줘야 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그녀석을 후원하는 구호 기관에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보내기만 하면, 그 아이가 가장 필요한 것을 알아서 현지에서 구매해서 가져다 준다고 한다. 편지는 반쯤 썼다. 그 아이의 질문에 대답을 해야 하고, 번역의 수고를 한번이라도 덜기 위해 영어로 신중하게 쓰고 있다. 요즈음은 나 자신의 마음을 힐링하고 있다. 2013년은 정말 힘겨운 일이 많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겨울 방학이 너무 좋고 고맙다. 나 자신을 돌이켜 보고, 그동안 사람들에게 상처준 일이 있으면 반성하고, 상처 받은 것은 치료하고 자신을 격려하는 그런 시간이 되려고 노력중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아이의 편지는 나의 힐링에 정말 도움이 되었다.
너무 많은 위로와 반성의 기회를 이 아이의 편지가 제공해서, 내가 이 아이의 후원자가 아니라 오히려 후원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후원하는 아이가 행복하게 잘 성장하고 잘 살면 좋겠다. 오늘 학교에서 한 일은 정말 바보 같았지만, 깨닫고 느낀 것은 지혜와 위안을 주는 그런 하루였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