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편지 정리!
지난 10월 1일 저녁 8시경에 어머님께서 세상을 떠나셨다.
막내 아들로 성장하면서 어머님의 정을 너무 많이 받으며 살아왔다. 어머니께서는 내가 50이 넘었을 때에도 여전히 "아가"라고 부르셨다. 그런 어머니께서 치매와 파킨슨 병으로 완전히 침대에 누어서 지내기 시작하신지 만 9개월 만에, 그리고 기록적으로 무더웠던 여름 날씨에 병실에 켜 놓은 에어컨 바람에 걸리게 된 감기가 급성 폐렴 악화되었고 게다가 심각한 저혈당으로 사경을 헤매신지 일주일 만에 세상을 등지신 것이다. 엄마의 존재가 완전히 없어졌다는 상실감에서 오는 충격은 예상한것 보다 엄청 더 컸다. 지금까지 많이 힘들었고 앞으로 상당한 기간 동안에도 힘겨울것 같다.
나이가 60을 향해 가는 이순간 까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을 부모님을 모두 잃고 나서야 깨닫고 철들어 가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나의 삶을 정리하고 곧 다가올 노년의 삶을 준비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금년을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는데 그것도 마지막 학교가 될것이다. 그러니 이 가을과 겨울동안 많은 생각을 하면서 준비해야 할 일이 많다.
어제, 문득 떠 올랐다. 30년에서 1년이 부족한 교직 생활을 정리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
교생실습 기간에서 부터 오늘까지 아이들에게서 적지 않은 손편지를 받았고, 그것들을 모두 모아두었다. 하나 하나의 편지속에는 글을 쓴 아이의 관점에서 바라본 나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들어나 있다. 그 모습들은 지금의 나의 관점에서 좋게 느껴지는 것들도 있을 것이고, 때로는 감추고 싶은 치부로 여겨지는 것들도 있을 것이다. 지금의 내가 그 글들 속에서 무었을 느끼건 간에, 그것은 있는 자체로 존재하는 나의 실체이고 내 존재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 편지들이 너무 소중하게 여겨지고 사랑한다.
이 블로그에 To Sir with Love(아이들의 손편지)라는 카테고리를 추가했다. 힘겹고 기나긴 작업이 되겠지만 이 편지들을 하나 하나, 아이들이 쓴 글자 그대로 블로그에 올려 볼까 한다. 물론 편지를 보내준 아이들의 익명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최대한 주의를 해가며 이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편지의 주인공들은 자신이 이런 글을 썼다는 사실조차 잊었을 지도 모른다. 나 역시 이 편지들 속에서 무엇을 발견할지 기대가 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대부분의 편지들이 받아 읽어 보고 바로 책상속 깊이 쌓아 두었거니와, 오래전 것은 마지막 이삿짐 상자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관되어 있는 상태라서 내용이 기억되는 것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이 작업도 내 인생 정리 작업들 중 하나가 될것이다.
그동안 내가 깨닫지 못했던 수많은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 배울것으로 기대된다.
엄니!
고맙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