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김치 이야기
우리 집은 겨울 길목에 들어서면 매년 김장이라는 가족 행사를 치른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집에서 이 행사를 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이 아니었지만 요즈음은 안 하는 가정이 더 많은 것처럼 보인다. 대도시 아파트에서 특히 더 그렇다. 금년에도 우리는 어저께 그 행사를 치렀다. 5-6년 전까지만 해도 배추를 사서 다듬고 절이는 일도 했었지만 지금은 산지에서 절인 배추를 주문해서 하기 때문에 일이 훨씬 더 편해졌다. 그래도 김장을 하는 날에는 온 가족이 함께 해 질 때까지 종일 부지런히 움직여야 마무리된다.
김치 냉장고 덕분에, 우리 집은 이르면 11월 말이나, 늦는 경우에는 12월 초에 김장을 하면 이듬해 김장을 다시 할 때까지는 반찬 걱정을 하지 않고 편하게 생활한다. 겨울이 가고 봄이 되어 햇김치 생각이 나면 조금씩 열무나 배추김치를 담가 먹기는 하지만, 김치가 들어가는 모든 종류의 요리에는 반드시 묵은 김장 김치를 이용한다. 그래서 매년 식구 수에 비해 꽤 많은 양의 김장을 하는데, 금년에도 25포기 분량의 배추김치와, 약간의 갓김치를 담가서 328리터 김치 냉장고를 가득 채웠다.
필자는 김장을 하는데 매년 얼마의 비용이 드는지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2020년에는 전례 없이 긴 장마로 인해 농작물이 흉작이 되어 양념류의 물가가 많이 올랐다. 그래서 집사람에게 올 김장 재료 구입에 들어간 비용이 얼마인지 물어보았다. 집사람은 대략 100만원 가량 들었는데, 실제로는 그보다는 조금 덜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춧가루와 젓갈류는 국을 포함해서 거의 모든 반찬류 요리에 들어가는 필수 재료라서 김장 이후의 음식 준비에 사용하기 위해 김장에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은 양을 구매했다고 한다. 그래도 적지 않은 비용이다. 게다가 김장을 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 동안 정신적 육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이 모든 수고와 재료 구입에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시장에서 김치를 사서 먹는 것이 더 경제적이고 편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힘이 닿는 한 김장을 할 것 같다. 때때로 사 먹는 김치가 맛있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 김치를 세끼 이상 먹지 못한다. 우리 내자는 나보다 더하다. 집에서는 배달 음식에 딸려오는 김치를 절대로 먹지 않는다. 결국 음식 버리는 것을 죄스럽게 여기는 내가 먹다가 남으면 음식쓰레기로 버린다. 우리 아들과 딸도 거의 비슷하다. 출가한 딸은 집에 올 때마다 김치찌개를 끓여 달라고 한다. 아들 녀석은 집에서 삼겹살 구워 먹을 때에는 반드시 묵은 김치를 찾는다. 그래서 우리는 김장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