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용감한 우리 딸!

etLee 2021. 1. 31. 23:01

   저녁 식사를 마치고 양치하고 한강 시민 공원까지 혼자 산책을 다녀왔다. 추위가 물러가고 찬기가 가신 바람 속에는 습기가 촉촉이 깃들여 있어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숨 쉬는 것이 편했다. 내일, 월요일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인지, 아니면 코비드-19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산책을 나온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덕분에 옆 자전거 길을 조심할 필요도 없었고, 사람 피하는 번거로움이 없어서 편하게 사색하며 산책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문자 메시지 인사 나누며 한 해를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어느덧 오늘을 끝으로 금년 달력 첫 장이 넘어간다. 지난 한 달 중 반은 전례 없는 북극 바람에 날씨가 엄청 추워서 많은 사람들이 고생을 했다. 특히 코비드-19 방역 현장에서 일했던 사람들의 고생이 가장 심했다. 개인적으로는 1월 둘째 날 외갓집에 찾아온 손녀가 추위에 목감기를 걸려서 편도가 붓고 고열이 심해 딸아이가 마음고생을 했다. 다행히 2-3일 만에 회복하여 첫돌쯤에 맞아야 하는 예방 주사들을 맞고 저희 집으로 돌아갔다.

 

   추위가 절정이었을 무렵이다. 딸 녀석이 생활비를 보태달라고 졸랐다. 지 엄마한테 말했다가 혼났다고 하며 이번 달 생활비가 부족하다고 한다. 지난 연말부터 이달 초순까지 사위가 잠시 일을 하지 못했다. 대략 250만 원 정도의 월급을 받는다고 했는데, 그것마저 끊어지고 대략 20일 이상을 보냈으니 생활비가 엄청나게 부족했을 것이다. 시댁 부모님이 있어 도움을 받았겠지만 이제 갓 돌 지난 손녀 키우느라 생활하기가 힘겨웠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2월 한 달 생활도 쉽지 않을 것이고...

 

   우리 딸과 사위는 무모한 것인지 아니면 용감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결혼 한지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첫애를 임신해 낳더니, 몇 개월 만에 바로 둘째 아기가 생겨 이제 해산을 두 달 앞두고 있다. 딸 혼인시키고 만 2년 만에 손주를 둘이나 보게 되었으니 엄청나게 행복한 할아버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나는 우리 딸과 사위가 정말로 무모하리 만큼 용감한 젊은이라고 생각한다. 사위 혼자 일해서 그 월급을 받아 생활하면서 아이들을 둘이나 낳아 키우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얼마나 장한 일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