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잼 만들기
금년 새해가 시작되면서 냉장고 냉동실을 열 때마다 문간에 보관되어 있는 냉동 딸기가 자꾸만 눈에 거슬렸다. 지난여름, 딸기가 들어갈 무렵에 집사람이 딸기 주스를 만들어 마시자며 사다가 씻어 냉동해서 보관해 놓은 것이었다. 생각하건대 그냥 놓아두면 조만간 음식 쓰레기로 버려질 것이 자명했다. 그런데 며칠 전인가 보다. 우리 집에와서 쉬고 있는 출가한 딸이 구운 식빵에 딸기 잼을 발라 먹는 모습을 보고 '냉동되어 있는 그 딸기로 잼을 만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났다.
해산을 곧 앞두고 있는 딸아이가 어린 손녀를 데리고, 지난 설날부터 우리 집에 와서 친정아버지인 필자를 잘 부려먹으며 쉬고 있다. 필자는 매일 3회 이상 설거지하고, 집안 청소 마치고 쓰레기 분리해서 내다 버리고, 하루에 한 번씩 세탁기 돌려 나온 세탁물을 건조대에 널고... 집안의 온갖 잡다한 일은 거의 혼자 다하지만 진심으로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한다. 왜냐하면 용감한 딸 덕분에 60대 초반에 할아버지가 되었고, 곧 둘째 손주를 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오늘 저녁에도 딸을 도와 함께 손녀를 씻기고 저녁 분유를 타서 먹인 다음에, 딸이 방에 들어가 손녀를 재우는 동안에 필자는 냉동 딸기를 꺼내 바로 딸기잼 만들기를 시작했다. 포트에 냉동 딸기를 넣어 가스레인지를 켜서 녹인 다음에, 식사용 숟가락으로 5회 분량의 설탕을 넣었다. 냉동 딸기의 양을 가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마음이 끌리는 대로 설탕을 넣었지만 만드는 내내 그 맛을 가늠할 수 없어 걱정스러웠다.
어린 시절 동짓날 팥죽을 쑤시는 어머니를 도와드렸던 것처럼 정성스럽게 나무 숟가락으로 포트에서 끓는 딸기잼을 열심히 저었다. 그런데 설탕의 양을 맞추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농도를 맞추는 것이다. 100도 이상으로 끓고 있는 잼의 농도를 가늠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 '이쯤 졸이면 되겠지' 하고 가스레인지 불을 끄고 식혀서 잼의 맛을 보았다. "음, 맛은 괜찮군..." 그런데 문제는 농도가 너무 묽다. 그나마 너무 과하게 졸이지 않아서 다행이다. 그래서 다시 가스레인지에 불을 켜고 대략 끓기 시작해서 5분 정도 더 열을 가했다.
조금은 설레는 마음으로 거실 바닥 물걸레질 청소를 하며 딸기잼이 충분히 식기를 기다렸다. 담을 유리병을 준비해 놓고... 청소를 마치고 충분히 식은 잼의 농도를 체크하며 맛을 보았다. 설탕 농도가 높아져서 그런 것이겠지만 맛은 더 좋아졌고 잼의 농도 역시 적당했다. "성공! ㅎㅎㅎ" 맛을 본 딸과 집사람 모두 괜찮다고 했다.
어쩌면 음식 쓰레기로 버려질지도 모르는 것으로 완전히 수제 잼으로 부활시킨 자신의 서투른 재능을 비밀스럽게 자화자찬하며 약간의 성취감으로 하루를 마감해본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