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id-19 백신 1차 접종을 마치고...
집에 왔다. 이것 때문에 정말 오랜만에 왼쪽 어깨 바로 밑 팔에 주사를 맞았다. 초등학교 시절(60년대 말~70년대 초)에는 매년 여름만 되면 각종 전염병이 돌 때마다 교실에서 수시로 맞던 예방주사였다. 당시에는 지금 같으면 상상조차 힘든 상황에서 예방 주사를 맞은 것 같다. 그 시절에는, 학급 순서가 되면 교실에서 바로 수업을 중단하고 줄을 서서 순서대로 60~70명의 학생들 모두가 예방접종을 받았다. 게다가 지금처럼 1회용 주사기를 사용한 것도 아니고 주사기 몇 개로 매번 약솜을 이용해서 대충 주사기 바늘을 소독해서 모든 학생들이 주사를 맞은 것이다. 어린 우리들은 그저 공부하지 않는 상황이 마냥 즐거웠다. 오늘 오후 2시에 Covid-19 백신 1차 접종을 받으면서 잠시나마 그 시절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각종 언론 매체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인터넷 플랫폼에서 백신의 부작용 걱정들이 많다. 어린시절 그렇게 많은 예방주사를 맞으면서도, 주사를 맞은 부위 주변이 조금 부어오르는 반응 외에는 특별한 부작용을 경험하지 못했던 필자 역시 사람들이 하도 많이 우려를 해서 그런지 조금은 예민해졌었다. 하지만 오늘 병원을 나서면서의 기분은 해방감 같은 거였다. 1차 접종 후 2~3주 지나면 마스크만 제대로 쓰면, 대중교통을 이용해도 Covid-19에 감염될 확률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해방감이 느껴졌다. 앞으로 며칠 동안 주의하면서 별일 없이 지난다면 부작용의 걱정도 없어질 것이고... 그러면 반쯤은 해방된 것이고 8월로 예정된 2차 접종을 마치면 해외여행도 가능할 정도로 일상의 자유를 거의 회복한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다.
며칠 전이다. 아직 산후 조리때문에 집에 와있는 딸이 물었다.
"아빠 어떤 백신이야, 아스트라제네카?"
"응, 내가 아재니까, 당연히 AZ 맞아야지"
"웬 아재 개그, ㅋㅋㅋ"
오늘 'AZ는 싸구려? 얀센은 6개월짜리? 화이자는 돌파 감염?.. 속지 마세요'라는 제목의 기사가 다음 뉴스에 떴다. "하필 오늘 같은 날, 이런 기사가 뜨는 거야"라고 혼자 중얼거리고 기사를 읽어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내용의 문자가 지라시처럼 떠돈다'는 내용이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다른 백신보다 싼 이유를 이미 잘 알고 있었지만 헛소문에도 휘둘리는 게 사람의 마음이라 필자 역시 이 기사를 클릭할 수밖에 없었다. 세상에는 터무니없는 헛소문이나 음모론에 영향을 받아 잘못된 결정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다. 아직도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하니, 모든 사람이 각자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은 개인의 자유일 것이다. 필자 역시 자유의지로 백신을 맞고 지금은 행복해하는 것이까...
이제 AZ 백신을 맞은지도 3시간이 훨씬 지났다. 주사 맞은 부위에서 뿐만이 아니라 신체 어느 곳에서도 이상한 증상이나 느낌이 전혀 없다. 이제는 내 몸을 믿고 며칠 잘 지내기를 바라고 또 그렇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 집 내자는 얼마 전에 운 좋게도 No Show백신 접종을 받고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