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Ape Man(유인원, 영장류 인간)

etLee 2021. 9. 17. 22:51

   손녀를 데리고 매일 산책을 나간다. 사실은 산책을 나가는 것이 아니라 18개월 된 손녀가 마음대로 뛰어놀 수 있는 곳을 찾아가 함께 놀아주기 위해 나들이 가는 것이다. 도시공원의 작은 숲길에는 어느덧 가을이 시작되었음을 보여주는 모습들이 눈에 띄어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한다. 군데군데 가을꽃이 피어나서 해가 질 무렵에는 제법 가을의 정취를 풍기면서 모질게 더웠던 지난여름을 까맣게 있게 한다.

 

   평일 오후 손녀와 산책을 하면서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우리네 삶의 또 다른 모습, 어쩌면 나의 삶에도 이미 다가온 인생의 다른 면을 바라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면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보고 깊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됐다. 나무 그늘에 가려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공원 벤치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대부분 사람들은 거의 무표정한 눈빛으로 먼 곳을 바라보며 앉아있다. 또 어떤 이들은 그늘 벤치에 누어서 잠을 잔다. 가끔은 평생을 함께 한듯한 노 부부가 나란히 손잡고 산책하는 모습들에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후미진 곳에 돗자리를 펴고 술 마시는 사람들이 종종 발견된다. 평일 낯 시간에 도시공원을 찾는 중년 이상의 사람들 중 대부분은 직업이 없거나 특별히 할 일이 없는 사람들일 게다.

 

   필자 역시 3년 전 명퇴하고 쉬면서 이것저것 할 일 찾아보다가 지금은 손주 돌보는 일에 매달려 있다. 평생 어딘가에 속해 살다가 어느덧 소속 없는 신분이 되다 보니 평일 도시공원에서 보이는 이러 저런 모습들이 이제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나의 현실이 되었음을 깨닫는다. 그러면서 문득문득 스스로 에게 질문한다. "나는 무엇인가?" 젊은 날 아버지의 짧지만 많이 힘드셨던 퇴직 이후의 삶을 옆에서 지켜보았던 터라 퇴직 오래전부터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많이 준비하였지만, 지금은 퇴직 후의 삶이 녹록지 않음을 절실하게 느낀다. 지금은 뭔가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고 싶다.

 

   무엇보다도 힘든 것은 마음이다. 마음은 끊임없이 삶과, 존재의 의미를 찾고 스스로 그 의미를 부여한다. 여전히 나는 아버지이고 남편이고 이제는 두 아기의 할아버지가 되었다. 여전히 누군가의 동생이고 외삼촌이고 작은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마음은 아직 그 이상의 존재가 되기를 요구한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관점에서 보면 나는 이미 나이 들어 별로 쓸모 없는 존재가 되어있다. 젊은 날에, 지금의 내 나이가 되신 아버지를 나 스스로가 그렇게 생각했었던 것처럼 똑 같이... 그게 현실이다. 그러니 설 자리가 별로 없다. 

 

   때로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라는 것에 눈길을 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곳에서도 내가 설 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특히 그 일을 하면서 자존감에 상처를 입지 않으려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을 뿐이다.

 

   영어 듣기 말하기 공부를 하다가 우연히 'Ape Man'이라는 영국의 Pop Song을 듣게 됐다. 가사 내용이 실존의 문제에 마음앓이하고 있어서 그런지 많이 마음에 와닿았다. 

 

Ape Man The Kinks

 

I think I’m sophisticated

‘Cos I’m living my life like a good homosapien

But all around me everybody’s multiplying

Till they’re walking round like flies man

So I’m no better than the animals sitting in their cages

In the zoo man

‘Cos compared to the flowers and the birds and the trees

I am an ape man

I think I’m so educated and I’m so civilized

‘Cos I’m a strict vegetarian

But with the over-population and inflation and starvation

And the crazy politicians

I don’t feel safe in this world no more

I don’t want to die in a nuclear war

I want to sail away to a distant shore and make like an ape man

I’m an ape man, I’m an ape ape man

I’m an ape man I’m a King Kong man I’m ape ape man

I’m an ape man

‘Cos compared to the sun that sits in the sky

Compared to the clouds as they roll by

Compared to the bugs and the spiders and flies

I am an ape man

In man’s evolution he has created the cities and

The motor traffic rumble, but give me half a chance

And I’d be taking off my clothes and living in the jungle

‘Cos the only time that I feel at ease

Is swinging up and down in a coconut tree

Oh what a life of luxury to be like an ape man

I’m an ape, I’m an ape ape man, I’m an ape man

I’m a King Kong man, I’m a voo-doo man

I’m an ape man

I look out my window, but I can’t see the sky

‘Cos the air pollution is fogging up my eyes

I want to get out of this city alive

And make like an ape man

Come and love me, be my ape man girl

And we will be so happy in my ape man world

I’m an ape man, I’m an ape ape man, I’m an ape man

I’m a King Kong man, I’m a voo-doo man

I’m an ape man

I’ll be your Tarzan, you’ll be my Jane

I’ll keep you warm and you’ll keep me sane

And we’ll sit in the trees and eat bananas all day

Just like an ape man

I’m an ape man, I’m an ape ape man, I’m an ape man

I’m a King Kong man, I’m a voo-doo man

I’m an ape man.

I don’t feel safe in this world no more

I don’t want to die in a nuclear war

I want to sail away to a distant shore

And make like an ape 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