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s, you can!
어느덧 12월 중순에 이르렀다. 차가운 날씨가 겨울이 깊어감을 말해준다. 아침 일찍 아들 녀석과 딸과 함께 성당에 다녀왔다. 미사 중에 제단을 바라보다가 한 2년 전에 군대를 2번 가게 된 한 젊은 신부님의 생각이 났다. 대학 재학 중에 이미 일반 사병으로 3년의 병역을 마치고 병장으로 제대하였지만 대학 졸업 후 신학대학을 나와 신부가 된 후 다시 군종 신부로 일하도록 교구장님의 명을 받게 되었다고 했다. 그 젊은 신부님이 주재하는 미사를 열심히 참가하여 듣는 강론에서 그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군 훈련소로 가기 전 마지막 미사에서 하던 말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베드로 신부가 신부로 죽을 수 있도록 신자 여러분들 기도해 주십시오."
PeterPan이 군에 입대한 날이 1983년 5월 2일, 그날은 정말 아름다운 날이었다. 계절의 여왕인 오월이 시작되는 첫 주 월요일 오후 1시, 그 전까지만 해도 내 앞에선 아무렇지 않게 웃으시던 어머니께서 지금은 없어진 대전 공군 훈련소로 입소하는 내 모습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 화창하고 아름다웠던 오월의 햇살과는 전혀 다른, 뭔가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 같은 그런 곳으로 끌려가는 듯한 그런 암울했던 그 느낌, 그건 지금도 다시는 느껴보고 싶지 않다. 그런데 그 신부님은 그런 감정을 얄궂게도 2번이나 경험해야 하는 삶을 살게 되었으니 얼마나 마음이 힘들었겠는지 짐작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가 겟세마니 동산에서 홀로 하느님께 "이 잔을 피하게 하소서"라고 세 번이나 피땀을 흘리며 진언할 때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그런 삶이라 말할 수 있겠다.
우리 반 녀석들 담임으로서 남아있는 시간이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아직도 장난치고 뛰어다니는 모습에서 저 녀석들 머릿속에도 삶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할 자리가 조금이라도 있을까 하고 가끔 의문이 들 정도로 철이 없지만, 이미 그 녀석들 많이 생각하고 고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된다. 내년 2009년에는 고등학교 2학년이 되고, 대학 입시라는 무거운 짐이 그들의 어깨를 짓누르게 될 것이다. 그러면 그들은 더 이상 장난을 친다거나 뛰어다닐 기력도 남지 않게 되고, 시도 때도 없이 졸음이 오고, 아프고, 어떤 녀석들은 일탈 행동을 하게 될 텐데, 그런 고통의 시간을 무사히 넘겼으면 좋겠다.
젊은 날은 수 없이 많은 고민과 고통을 겪으며 살아야 하는 시절이다. 미래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과 기회가 주어지는 만큼 그만큼의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젊음은 기회이기도 하지만 도처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위기의 시간이다. 나의 학생들에게 PeterPan은 교사이기 이전에 인생의 선배로서 뭔가 그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는 그 무엇을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지만, 늘 한다는 말이 겨우 "죽도록 공부해... 공부하다가 죽은 녀석은 없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고등학교 졸업하고 대학을 가면 어떤 즐거운 일, 힘든 일이 있으며, 군대에 가게 될 때는 어떤지, 그리고 군대에서 힘들 때에는 어떻게 그것을 극복해야 하며, 또 그 후 삶은 어떤지, 등등 우리의 삶에 대해 해 줄 이야기도 많은데 겨우 "공부해!"라는 말이 전부일 때가 많다. 그만큼 우리 학생들에게 닥친 입시라는 짐이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하지만 말이 뭐가 필요하겠는가? 그들에게는 이미 수 없이 많은 정보가 도처에 널려 있는데. 우리 아이들은 알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다만 그 앎을 꾸준히 멈추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실천력이 필요할 뿐이고, 그리고 아직은 어려서 그것이 조금 부족할 뿐이다. 하지만 그 문제도 곧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해결될 것이다.
PeterPan은 믿는다. 우리 반 43명 녀석들, 제각기 타고난 소질이 다르고, 그 능력 조금씩 차이가 나지만 모두들 삶의 바다를 잘 헤쳐 나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월이 지나 녀석들이 군에 갈 때면 25년 전 PeterPan이 느꼈었던 비슷한 느낌 느끼게 될 것이다. 누군가 그랬다.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라고. 그렇게 세상은 돌고 도는 것이다. 시간이 다르고, 장소가 다르며, 사람이 다르지만 그 사람들이 경험하고 느끼는 느낌들은 쉽게 바뀌지 않고 거의 그대로 느끼게 된다.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들이 잘 자신들의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처럼 우리 반 녀석들 모두 지금의 힘든 시기 잘 이겨내고 자신의 인생 각자 지혜롭게 살아가는 어른이 될 것이다.
남들도 한 거야. 그러니 니들도 할 수 있어!
Trust yourself. Yes, you can! You can do anything you want to 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