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겨울 북한산 오르기

etLee 2011. 12. 11. 11:47

   어제, 토요일은 금년 겨울 처음으로 겨울 다운 날씨였다. 그리고 나는 평소 주말 처럼 산에 올랐다. 날이 추워서 그런지 평소 주말보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북쪽 그늘에는 겨울 흰눈이 조금씩 쌓여 있었고, 얼음도 제법 얼어 바위에 고드름으로 하얗게 매달려 있기도 했다. 바람이 꽤 차갑고 세차게 불었지만, 상대적으로 맑고 청명해서 숨쉬기에는 정말 좋은 깨끗한 공기였다.

 

   보국문을 조금 지나 북한산 주봉인 백운대와 만경대 그리고 그 뒷쪽에 살포시 얼굴을 내민 인수봉이 한눈에 보이는 곳에서, 잠시 가던 길을 멈추고 떡집에서 구입한 약식 한덩어리와 우유를 마셨다. 찬바람이 불고, 등에는 땀에 젖어 있는 상태에서 차가운 음식이 들어가니 몸의 체온이 급격하게 떨어 졌다. 불과 5분 여만에 온몸이 얼어 붙는듯 소름이 돋고 떨렸다. 두 손은 꽁꽁 얼어, 거의 감각을 잃을 정도가 되어 급하게 외피를 꺼내 입고 또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동문에 도착해서야 떨어진 체온이 정상으로 돌아와 춥지 않게 느껴졌다. 하지만 북한 산장을 지나 용암문과 만경대를 돌아 위문까지 북한산을 종주하겠다는 당초 계획을 단념하고, 대동문에서 소천계곡을 통해 우이동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 하산했다.

 

   거의 매주 북한산을 찾는다. 거의 같은 등산로를 따라 산을 오르고, 하산하는 길은 그날의 몸 상태와 기분에 따라 달리한다. 지금은 시간적으로 겨울 문턱을 조금 넘어섰다. 불과 얼마 전까지 단풍으로 물든 그 산길 그 계곡이 지금은 앙상한 나무 가지와, 떨어져 쌓인 낙엽으로 온통 덮여 있다. 북쪽을 바라보는 정상 부근 음지에서 부터 조금씩 눈과 얼음으로 덮히는 곳이 늘어나고 있고, 그런 곳들은 내년 오월이 되어서야 완전히 겨울의 흔적에서 벗어나게 될 것이다. 이처럼 같은 산을 거의 매주 오르고 내리다 보면 사계절의 변화를 온 몸으로 겪고 보게 된다. 게다가 한 두해 그렇게 오른것이 아니라 10년 20년을 똑같이 오르다 보니 같은 등산로의 흙과 바위, 심지어 조그만 돌덩이 하나 하나의 위치 변화까지 알 수 있다. 그런 변화를 보면서 한결 같이 깨닫는 것이 있다면, 세월의 흐름 앞에서 변치 않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자명한 진실이다.

 

   우리의 삶이라는 것도 매순간 매 찰라마다 변화를 겪게 되고, 어제의 나는 오늘 이미 다른 내가 되어 있다. 우리가 매일 매일 집착하는 그 많은 것들에 대한 욕심 역시 어제와 오늘이 다르다. 이처럼 매일 매일 변하고 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집착이 결국 우리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첫번째 원인이며, 이 진실은 우리는 자연의 변화를 통해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이러한 깨달음을 늘 새롭게 깨닫게 하고, 나를 항상 겸손하라고 하는 내면의 소리를 들을수 있어서 홀로 주말 등산을 좋아한다. 물론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은 홀로 산행의 또 다른 부산물이다. 그렇게 나는 어제의 산행을 마쳤다.

'내 이야기(My Sto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또 변화는 교육 제도  (0) 2011.12.18
무제  (0) 2011.12.12
정말 이상한 투표  (0) 2011.08.26
<저축銀 선심성 대책>에 대한 유감   (0) 2011.08.10
우리 자본시장이 슬프다.  (0) 2011.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