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와서 오늘 처음으로 일일 사감을 한다. 기숙사 건물이 새것이라 깨끗하고 좋다. 학생들은 늦은 시간에도 인터넷 강의를 듣기도 하고 어떤 녀석들은 아직도 자습실에서 책과 씨름을 한다. 가끔 게임을 하는 아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입시 스트레스를 푸는 그런 순 기능적인 측면으로 이용된다면 나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전근 온 지 얼마 안 되어 모든 것이 낯설고 어색한 가운데 학생들과의 관계 및 가르치는 일이라는 것이 별 다름이 없는 것이라 아이들 앞에서는 전과 다름이 없다. 정말 모진 겨울의 끝에 바람과 햇살이 따뜻한 봄이 되어 교정의 소나무들이 물을 흠뻑 머금어 솔향을 만껏 발산한다. 하얀 목련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가운데 살구나무 꽃잎이 겨울 눈발 휘날리듯 한다. 그렇게 봄날이 좋고 새 학교 새 교정이 좋다.
우리반 녀석들이 교실에서 족구를 하다가 천장 보드 석장을 깨 먹었다. 한참 힘이 넘쳐나는 나이에 잠시도 몸을 가만히 두기 힘겨워 그런 일들을 벌여서 담임교사의 머리를 복잡하게 한다. 그러고 보니 1학년 교실 여기저기 천장 보드가 멀쩡한 곳이 하나 없다. 휴식시간에 아이들이 교실에서 뛰고 장난치고 공놀이가 벌어지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학교라는 공간은 이처럼 아이들이 학교에서 생활하며 깨뜨리고 부서진 것, 장소를 방학중에 수리하고 정비하지만 개학 후 다시 망가짐을 반복하는 그런 곳이다. 시설이 조금 부서진 들 어떠한가?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고, 바르게 커간다면 말이다.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어 오늘보다 더 나은 세상이 된다면 충분히 감당할 만한 손실이라 하겠다.
어느덧 졸음이 밀려 온다. 잠자리가 바뀌고, 공간이 다른, 그래서 땅의 기운이 다른 곳에서 편한 잠을 자기는 다소 힘들겠지만 그래도 평안한 밤이 되기를 기대한다. 내일은 또 하루 시작되며 동시에 한주의 끝이기도 한 날이다. 행복한 날을 꿈꾸면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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