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공부의 신 : 그들은 결코 찌질이들이 아니다.

etLee 2010. 1. 19. 14:01

   요즈음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가 많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각종 화제가 되고 있다. 꼴지들이 특별반에 모여 죽도록 공부해서 천하대(서울대)를 합격하게 된다는 다소 식상하면서도 뻔한 줄거리이지만 시청자들을 TV앞에 모이게 한다고 한다. 이유는 정확하게 알수 없지만 우리나라의 사회현상, 구체적으로 학벌(력)지상주의 현상을 반영하는 드라마이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공부의 신' 속의 강석호(김수로 분)는 '천하대 특별반'까지 만들어 '학생들 천하대 보내기'에 열을 올린다. 특별반에 들어간 학생들은 그 이전까지 위기에 처한 '병문고'의 꼴지 구룹에 속하는 학생들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인물 설정에 의구심이 생긴다. 왜 변호사 강석호는 위기에 처한 병문고를 살리겠다는 분명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꼴찌들만을 모아서 특별반을 만들었나 하는 것이다. 아무리 형편없는 학교라 해도 나름대로 상위권에 속한 학생들이 꽤 있었을 텐데, 그 아이들을 다 제처두고 그렇게 다루기 힘들고 공부 찌질이 못하는 아이들만을 모아 특별반을 만든다는 상황 설정이 너무 현실과 동떨어져있다.

 

   모든 것이 가능한 상상력의 산물인 드라마이니까 "어색하고 조금 이치에 맞지 않는다 하더라도 그냥 넘어가자" 하고 생각해도 이어지는 한가지 진실이 또 마음을 거스른다. 특별반에 들어간 5명의 인물 설정이 여전히 그렇다. 그들이 정말 공부를 찌질이도 못하는, 가능성이 전혀 없는 그런 아이들이었을까 하는 의문점은 여전히 남는다. 전국의 거의 모든 일반계 고등학교는 이미 '천하대'진학을 위한 특별반이 다양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현실속의 특별반에 속하는 아이들이 진정으로 어떤 아이들인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고려해야 할 점은 드라마 속에서 강석호 의해서 특별반에 들어가게된 그 아이들이 정말 '꼴통'이었다 할 지라도, 그 순간부터 꼴지가 아닌 선택받은 존재가 된다는 사실이다. 선택된다는 것은 현실속이든 상상의 세계속에서든 특별한 존재, 즉 엘리트 그룹에 편입된다는 의미이기도하다. 더군다나 아무리 상상의 산물이라 해도 드라마는 현실을 떠나 존재할 수 없다.

 

   우리의 교육현장속을 들여다 보자. 특별반에 들어간 아이들은 학교 내에서 거의 모든 경제적 정신직인 자원을 독점하고 특별 대우를 받아가며 공부를 한다. 그들만의 자습실과 사물함이 있고, 그들만의 보충 특강이 있으며, 그들만의 교사와 강사들이 지원된다. 대다수 보통 아이들은 보충수업을 받을때 20명에서 심하면 30여명이 넘는 아이들이 모여 수업을 받지만 그 아이들은 많아야 15명을 넘지 않는 그야말로 그들만의 수업을 받는다. 한마디로 학교의 대부분의 물질적 정신적 자원이 소수의 특별반에 집중되는게 현실이다. 전국 수없이 많은, 각자의 '병문고'를 살린다는 그런 이념하에 진행되고 있는 그런 일이다. 슬프고 짜증나는 현실이지만, 대다수의 보통 학생들은 '그들'을 위한 조연, 심하면 '그들'의 내신성적을 밑에서 깔아주는 들러리에 일뿐이다.- 그리고 아이러니 하게도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그런 이야기를 극단화 시킨 드라마을 좋아하고 즐겨본다.

 

   어떤 사람들은 이 드라마가 대리만족감을 주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다고 한다. 끊임없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줄을 세우고 선택하는 교육 현장에서 통제권을 갖고있는 그 누군가에 의해서 선택된 순간부터 그들은 더이상 '찌질이"들이 아니라 엘리트에 속한다는 사실, 그리고 그것에 앞서서 진짜 '찌질이'들을 자신의 체제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일에 주인공으로 선택하는 통제권자는 결코 없다는 현실을 깨닫고 직시 한다면 이 드라마가 결코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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