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상상력의 끝은 도대체 어디인가?>라는 질문을 던져주는 그런 영화다. 시각적인 현란함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대단한 영화다. 영화의 처음부터 끝까지 그랬다.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2가지의 생각이 끊임없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첫째로, '나비족'이라는 외계인 종족의 이름이 우리말에서 곤충 '나비'와 공교롭게도 비슷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장자의 철학과의 연관성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었다. 둘째로는 '나비족'과 지구인들과의 스팩타클한 전쟁 장면을 보면서 오래전에 보았던 영화 "늑대와 춤을"에서의 느낌들과 최근 MBC에서 방영중인 "아마존의 눈물"의 영상이 끊임없이 마음속에서 회자되며 느껴졌던 슬픔이 그것이다.
<언젠가 나 장주는 나비가 되어 즐거웠던 꿈을 꾸었다. 나 자신이 매우 즐거웠음을 알았지만, 내가 장주였던 것을 몰랐다. 갑자기 깨고 나니 나는 분명히 장주였다. 그가 나비였던 꿈을 꾼 장주였는지 그것이 장주였던 꿈을 꾼 나비였는지 나는 모른다.> 이글은 <장자〉에 나오는 유명한 '나비의 꿈'(胡蝶之夢) 이야기이다. 아바타에서 주인공 제이크의 의식은 외계생명체의 몸을 가진 아바타와 인간의 몸과의 사이를 꿈의 형태로 오가면서 두세계를 동시에 살아간다. 그러면서 그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정체성의 혼란 때문에 생기는 고민이 아니라, 생명들이 거의 완벽한 조화속에서 살아가는 세상이 인간의 탐욕에 의해 파괴되는 모습에 대한 분노와 그에 따른 고민이다. 아바타의 세계와 그 세계에 속한 사람들을 통해 그려진 세계관은 <사물은 저절로 흘러가도록 내버려두어야 하며 사람들은 이 상태가 저 상태보다 낫다는 가치판단을 해서는 안 된다.>라는 장자의 철학과 거의 일치된다. 영화속에서 제이크의 최종 선택은 자연과의 조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나비족의 세상 즉 판도라였다.
제이크는 사람들이 판도라의 세계를 불태우고 파괴하는 모습을 보면서 분노심을 느낀다. 그는 그세상을 구하려고 절규하면서 신성한 나무, 에이와 - 이 부분은 기독교 구약성서에 나오는 여러 부분들을 떠오르게 한다 - 앞에서 처절한 기도를 하고 결국 그 에이와의 응답으로 사람들과의 전쟁이서 승리를 거둔다. 숲이 불타고 파괴되는 모습과 공포에 사로잡혀 쫓기는 수많은 생명들과 나비족의 모습을 보며 느껴지는 감정은 슬픔 자체였다. 오래전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에서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우월한 무기와 장비로 무장된 백인들에 의해 죽어가고 내몰리는 모습들, 그리고 그들의 슬픔과 고통의 모습들이 마음속에서 다시 살아 떠 올랐다. '늑대와 춤을'이라는 영화가 아바타와 다른 점이 있다면 하나는 실제로 존재해서 우리와 똑같이 고통과 행복은 느꼈던, 하지만 지금 이세상에서 거의 사라져간 슬픈 사람들에 대한 영화였고 다른 하나는 인간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상상의 세계의 사람들에 대한 영화라는 점이다.
아바타 속에서 인간들은 중장비와 로보트들을 앞세워 숲의 나무와 생명들을 파괴하고 불태운다. 이러한 모습들은 MBC에서 요즈음 방영되는 <아마존의 눈물>에서 보았던 장면들을 떠올렸다. 아바타에서 그려지는 숲의 모습은 적어도 사람들의 손길이 거의 없었던 100년전, 아니 50년전의 아마존의 숲의 모습처럼 보였다. 여러가지 보도와 다큐멘타리 프로그램등을 통해 보여지는 현재의 아마존의 모습은 중장비와 차량으로 파괴로 신음하고 불타는 그런 모습이다. 금이나 광물들을 찾아내기 위해 파헤쳐지고, 또한 파헤쳐진 토양이 유입되어 붉게 물들어가는 아마존 강의 모습, 그리고 파괴되어 가는 숲에서 문명인들에 의해 옮겨진 질병에 신음하는 원주민들의 고통과 슬픔의 모습이 최근 우리에게 각인되는 그런 아마존의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아바타라는 한 영화를 보며 감탄하고 즐거워 한다. 이 영화의 제작자와 감독이 어떤 철학을 바탕으로 무슨 의도로 이 영화를 만들었는가 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는 그 영화를 관람하는 우리들이 진정 그 영화속에서 무엇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단순히 오락 영화를 보고 너무 지나치게 느끼고 해석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 영화를 보면서 느껴졌던 그 많은 생각과 감정들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지금 현재 고통에 신음하고 사라져 가는 아마존의 사람들의 운명이 지구 반대편에서 살아가는 우리의 운명과 거의 무관하지 않다는 느낌, 그래서 슬프고 휑한 느낌이 가시지 않는다. 아바타라는 영화를 통해 그러한 느낌들이 더욱 더 되살아나는듯 해서 이렇게 몇 마디 지껄여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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