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야간 자율학습 중에...

etLee 2010. 4. 22. 21:20

우리에게 갈매기 만큼의 자유가 있다면...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쓴다. 새 학년이 시작되었고, 사회적으로 큰일이 많았다. 1학년 담임이 된 이후, 아파서 일찍 퇴근한 하루를 제외하고 매일 10시까지 자율학습 지도를 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이 인간의 삶이 아니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는 하지만 이제 한두해 그러는 것도 아니고 거의 습관이 되어 그렇게 살아간다. 아이들은 아직도 중학교 때의 생활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탓일까, 조용히 앉아 공부하는 데에도 힘겨워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잠시 한눈을 팔기라고 하면 금방 소곤 거리고 웃고 떠든다. 좋은 점이 있다면 입시 스트레스에 시달리지 않아서 인지 표정이 밝고 명랑하다.

 

   대통령이 바뀌거나 정권 교체가 있을 때마다 우리나라 교육은 크게 흔들리며 변화를 거듭했다. 물론 다들 잘해보자는 취지에서 하는 일이었겠지만, 교육현장에서 직접 몸담고 뛰어야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변화에 따라가기 조차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 현재 집권한 사람들 역시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 각종 새로운 교육정책들이 급박하게 시행되어가고 있다. 자율형 혹은 자립형 사립학교 제도가 그렇고, 이제는 자율형 공립학교라는 것도 생겨 학생들을 받아 가르치고 있다. 이 정책이 이제 겨우 실행 초기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 여기저기에서는 벌서부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대입 제도는 또 어찌 될지 모르겠다. 당장 내년부터는 탐구 영역의 과목수를 줄이겠다고 하고, 문과 수리영역에서 미적분을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게다가 입시 사정관제 역시 본격적으로 시행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위정자들의 의도와는 달리 학생들은 더욱더 불안하고 힘겨워할 뿐만 아니라 대입 준비 부담만 더욱더 가중되고 있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대입 제도 역시 처음 만들어질 때에는 학생들의 입시 부담을 줄이고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 다양한 제도를 통해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하겠다며 만들어진 제도였다. 물론 망국병으로 치부되고 있는 사교육을 줄이겠다는 구호 역시 빠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입시 준비 부담은 그 이전보다 더욱더 심화되었고, 사교육비는 국민 소득의 증가를 엄청나게 뛰어넘는 속도로 증가했다.

 

   한 달이 채 넘지 않았다. 3학년 이과 수업 중이었다. 예정되었던 수업 분량이 수업 시간이 종료되기 전에 다 끝이 났다. 수업 종료 종이 울리기를 기다리며, 학생들과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냥 한 학생에게 질문을 했다.

 

 "김부식이 어떤 사람이니?"

 

김부식이 누구인지를 알고 있었던 다른 학생이

"설마..., 설마..." 하며 외쳐댔다.

 

그런데 질문을 받았던 학생의 대답이 압권이었다. 

 

 "신라시대 사람-?"

 

설마를 외치던 학생의 탄식이 이어졌고, 다른 학생들은 나의 반응을 기다렸다.

 

   현재 우리나라 교육 현장의 모습 그대로다. 중학교 교실은 이보다 더 심각할 것이다. PeterPan이 중학교에 있을 때 아이들에게 강감찬 장군이 어느 시대 인물인가 하고 물었을 때 제대로 대답하는 학생이 거의 없었다. <천추태후>라는 드라마가 방영 종료를 마친 지금은 아이들이 이 질문에 대답을 하지만, 정확한 역사적인 지식을 기반으로 한 대답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최근에 교육 현장에서 냉소적으로 회자되는 말이 있다. <요즈음 학생들에게 한국사를 가르치는 곳은 학교가 아니라 드라마다.>

 

   우리의 교육 현장을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상황으로 이끈 것은 정권 혹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철학이나 비전도 없이 오락가락한 각종 교육 정책의 실패에 원인이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온몸으로 실정의 책임을 떠맡는 대상은 교육 현장에서 발바닥이 닳아 없어지도록 뛰어다니는 교사들과 그 부담을 온몸으로 감내해내야 하는 아이들이라는 사실이다. PeterPan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앞에서 힘겹게 시험 준비를 하는 학생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공부라는 것에 매달려 있다. 그래도 저 아이들은 조금 나은 편이다. 고3이 된 학생들의 표정보다는 조금 여유도 있고 얼굴도 덜 상기되어 있으니 말이다. 물론 해가 두 번 바뀌고 나면 저 아이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 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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