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수업 중이었다. 두 학생이 수업 중에 지속적으로 소곤거리며 이야기를 했다. 몇 번 조용히 하라고 했지만 그 여학생들의 소곤거림은 결코 그치지 않았다. 수업 종료 10분이 채 남지 않았다. 참다못해 떠들던 학생 보고 일어나 교실 뒤로 나가라고 했다. 학생은 안 떠들었다고 했다. 요즈음 아이들 자기가 한 일을 어른들보다 더 잘 부인한다. 바로 전에 한 일까지도 지적을 당하면 일단 부인하고 본다. "안 그랬어요"하고...
아무튼 또 다시 뒤로 나가라고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술 더 뜬다. "아- 짜증 나" 기가 막혔다. 그 순간, 학생들이 이렇게까지 말하고 행동할 수 있도록 한 그 누군가에게 화가 났다.
그래! 사람이 사람에게 신체적인 고통을 가하는 것은 분명히 나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 회초리를 들어 우리집 아이들 종아리를 몇 대 때리고 나면 며칠 동안 마음이 좋지 않다. 하지만 회초리를 완전히 버리지 못하는 현실이 엄연히 존재한다. 교육 현장에서도 비슷하다. 아이들에게 신체적 고통을 가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이따금 회초리를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 존재해왔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바뀌면서 교육 현장의 모습도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한 변화속에서 교실 내에서의 체벌이 예전보다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아니 대부분의 교사들이 체벌을 하지 않으려고 한다. 경험적으로 체벌을 가한 교사나 당한 학생 모두에게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극히 예외적인 사건을 계기로 체벌 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그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 엄청난 사회적 논쟁이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찬반 논쟁 과정을 학생들 역시 여과장치 하나 없이 그대로 목격하며 나름대로의 생각을 키워 왔다. 각각의 입장에서 말이다.
세상 일이라는 것이 보통사람들은 특별한 일을 잘 만들어 내지 않는다. 체벌 금지 청책을 실행하는 계기가 되었던 '초등생 체벌 동영상'사건을 일으켰던 교사가 예외적인 경우였던 것처럼, 교육 현장에서 교사와 학생 간에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 역시 예외적인 학생에 속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학생들의 교실 내에서의 행위가 학생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파장을 일으킨다. 그 이유는 아마 청소년들은 동료 친구들의 영향을 쉽게 받으며, 특히 자신들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 것에는 성인들보다 더욱더 민감하고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 특성 때문일 것이다.
체벌 금지 조치와 관련된 사회적 논란이 지속되는 가운데, 그 논쟁 자체뿐만 아니라 찬반의 주장을 펴는 논리 과정에서 학생들은 많은 영향을 받고 나름대로의 생각과 결론을 내린 것 같다. 교실 현장에서 학생들의 행동이 변했고 언어가 변했다. 이 글에서 그 변화가 긍정적인 것인가 아니면 부정적인 것인가 하는 직설적인 견론은 내리지 말자. 어차피 세상은 변하는 것이니까.
저녁 8시 뉴스에 여중생이 초등학교 아이를 발로 차 넘어뜨려서 얼굴에 부상을 당하고 이가 2개 부러지는 사건이 보도 되었다. 교실 현장에서 교사가 학생들에게 가하는 신체적 체벌은 거의 사라져 간다. 하지만 아이들이 아이들에게 가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더욱더 집요해지고 잔인해져가고 있다. 아니 타 학생들에게 가하는 고통을 자신들은 장난이라고 합리화하기도 하며 어떤 경우에는 그것이 잘못인지도 모르고, 혹 안다 해도 죄의식 같은 것은 전혀 없다. 요즈음 아이들 사이에서 이런 일들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오늘 TV 뉴스에서 그런 학생들을 학교에서 인성교육을 통해 변화시켜야 한다고 한다. 정말 옳은 말이다. 하지만 학교에서의 인성교육이, 그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 많은 변화중에 하나가 최근에는 학생들의 정서와 가치관 형성에 학교의 영향력이 현저하게 줄었고, 지금도 줄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들만의 문화가 있고, 그 문화는 기성세대의 가치관과는 무관하게 그들 스스로 형성한 가치관을 기초로 스스로 창조하고 진화해가는 문화다. 그리고 그 문화는 다른 문화에 극도로 배타적이다. 그래서 힘들다는 것이다.
'내 이야기(My Sto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버림의 미학 (0) | 2010.12.15 |
---|---|
수능 시험장 준비 (0) | 2010.11.16 |
드디어 개인 블로그까지 (0) | 2010.11.05 |
미치겠다, 정말! (0) | 2010.09.16 |
고교 등급제 (0) | 2010.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