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가 소란해서 문을 열고 웬일인가 하고 내다 보았다. 우리반 옆 교실 뒷문 유리창을 통해 열명이 넘는 아이들이 안을 드려다 보는 것이 아닌가? 직감적으로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거나, 벌어지기 직전이라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달려갔다.
아이들이 나를 보고 재빠르게 흩어진다. 그리고 난 재빠르게 교실 문 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우리반 한 녀석과 어떤 녀석이 어정쩡한 표정을 하고 나를 바라 보았다. 바로 수업 시작 종이 쳐서 "조용히 앉아 공부해, 녀석들아!"하고 다음 수업이 있는 교실을 향해 갔다.
수업이 끝나자 뭔가 마음이 개운치 않아 아이들을 불러 어찌된 일이냐고 물었더니, 어정쩡하게 서 있던 그 두녀석이 싸움 직전까지 간 상태(아이들 표현으로, 일명 짱을 뜨려고 한)에서 나로 인하여 미완성 드라마가 된 것이다. 결국 우리반 녀석을 교무실로 불러 자세한 내용을 듣고 담임 교사로서 경고 반, 설득 반 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 했다.
남학생들 담임을 하면 매일 작고 큰 일들이 일어난다. 몸과 마음속에 주체 할 수 없을 정도의 에너지가 흘러 넘치는 시기를 겪고 있으니 어느정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거기에, 그 아이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엄청나다는 현실 앞에서, 옆에서 늘 함께 생활하고 지켜보는 교사로서 안스럽다 못해 가련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그러니 매일 매일 일어나는 작은 사건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혼을 내주기도 하고 겁을 주기도 하지만, 늘 한결 같을 결론은 이 사나운 시간을 잘견디어 내어 잘 성장해 주기를 바라면서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내 시각으로는 수없이, 소소한 말성을 피우고 속을 태웠지만, 전체적으로는 괜찮은 녀석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세월이 흐르면 각자, 자기 역할 잘 해내는 책임감 있는 어른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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