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삐삐"가 있었던 시절이 그립다!

etLee 2011. 8. 4. 09:55

   어느때 부터인가 더이상 세상의 변화에 따라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아이들 사이에서 일명 "삐삐"라는 호출기가 유행했고 그래서 교내에 공중 전화기 설치가 필수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교실에서 하나 둘 휴대 전화라는 것이 나타났다. 이와 동시에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고 인터넷이 대중화 되기 시작하여 우표에 우체국 소인이 찍혀 배달되는 편지가 e-mail로 대체되었고, 한때 학급 까페가 유행 했다. 휴대 전화 보급이 초기 우주의 인플레이션 팽창기처럼 급속하게 확장되면서 인터넷에서는 싸이월드를 대표하는 개인 홈피 시대가 되었다. 그런데 그것도 잠깐이었다. 한참 동안 싸이월드의 개인 홈피에서 글을 쓰고 기록하는중 어느 학생 하나가 개인 블로그라는 것을 소개해 주었다. 그땐 이미 개인 블로그라는 것도 유행의 최 정점에 이르는 시기였다.

 

   휴대 전화의 변화 역시 인터넷 세상의 변화만큼 빠르게 진행되었다. 일명 냉장고 전화기에서 시작해서, 문자 서비스가 가능해진지 얼마 안되어 영상통화의 시대로 급변했고, 곧 휴대전화로 인터넷 검색이 가능해 지더니 이제는 아이폰이라는 것이 나와, 그것으로 모든 것이 가능한 시대가 되었다. 지금 내가 지니고 있는 휴대전화가 어떤 기능을 갖고 있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전화와 문자 서비스 기능만 겨우 이용할 뿐이다. 어떤 이들은 요즈음 젊은이들 처럼 아이폰을 갖고 다니며, 트위터라는 것까지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나이 오십을 넘긴 지금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 않다. 특히 새로운 기계 문명 앞에서는 두렵고, 뭔가 고장 낼 것만 같은 느낌에 최 첨단 기기들의 복잡한 기능 모두를 배워 이용한다는 것이 생각만큼 쉽게 이루어 지지 않는다.

 

   어린 시절 TV 공상 영화속에서나 볼 수 있었던 물건들이 이제는 없으면 불편한 생활 필수품이 된 것이 부지기수이다. 앨빈 토플러의 "미래의 충격"이라는 책을 읽으며 이런 일들이 정말 실현 가능한가 했던 일들이 이제는 당연한듯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다.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의 미래의 삶을 예측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아니 그런 시도 자체가 의미가 없게 되었다. 인간의 문명과 문화 발전이 어느 특정 개인의 능력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는 시대는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인간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지금 인간 문화의 발전 역시 개개인의 능력에 의존하기 보다는 집단 지능에 더욱 더 의존하는 시대가 되었다. 동물의 세계에서 발견되는 집단 지능은 각각의 개체로는 거의 할수 없는 일들을 가능하게 할만큼 엄청난 힘을 발휘한다. 그것은 인간 세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우리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차원의 인간 사회에서도 이 집단 지능에 의해 이루어 지는 일들이 흔이 발견된다. 그리고 그 대표적인 예가 인터넷 세상이다. 인터넷 세상은 어느 한순간 멈춰있는 법이 없다. 내가 잠든 순간 지구 저 반대편 어느 마을 그 누군가가 인터넷에서 접속해서 그 세상을 바꾸어 놓고 있다. e-mail이라는 것을 겨우 배워 써먹을 만 하니까, 어느덧 이름조차 생소한 까페라는 것이 생겨났고, 이제는 그 개념조차 파악하기도 전에 또다른 새로운 것이 인터넷 가상 공간속에서 생기고, 사라져 간다. 이제 개체로서의 나는 주변에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변화의 주체가 되기는 커녕 그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가 놀라고 당황해 하며, 그 변화에 적응하느라 힘들어 할 수 밖게 없다. 나이가 들어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 조차 두렵고, 설혹 배우려 해도 느리고 더디어져만 가는 상황에서는 더욱 더 그렇다.

 

    이제 그 변화에 적응해 가는 것에서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법칙을 적용할 때가 되었다. 세상 모든 변화를 따라간다는 것이 개체로서의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한 경우에는, 그 개체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우리의 삶은 근본적으로 행복과 관련되어 있다. 세상 과학 문명이 발전하여 아무리 편하게 살 수 있다 할지라도 우리의 정신이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하면 그건 아무런 의미를 지니지 못한다. 개인의 능력으로서는 도저히 감당 할 수 없는 이 모든 변화를 맹목적으로 따라가다가는 죽음에 이를 수도 있다. 그러니 선택이 필요하고 집중이 필요하다. 인간 삶의 가장 기본적인 것을 충족하기위해 필수적인 그런 변화는 수용하고 더 나아가 그 변화를 주도하는 입장이 되어야 하지만, 그 밖에 것은 그냥 내버려 둬야 한다. 그리고 그냥 행복하면 된다.

 

  내가 아이폰이라는 것을 전혀 모른들 어쩌랴! 내가 트위터를 할줄 모른다고 초조해할 이유가 없다. 세상 빠르게 변하는 것 그냥 냅두자. 그것이 내가 생존하는 방법이다. 그 모든것 다 알 필요도 없고, 그것을 알기 위해 시간에 쫒기고 힘들어 할 필요가 없다. 트위터는 할줄 모르지만 이 블로그 속에서 내가 하고 싶은 말 다 하고 내가 필요한 정보 얻을 수 있으니 족하다. 어린 시절 집안에 책 한권 없어 이웃집 형과 누나가 읽던 책 읽으면 세상 배우던 시절에 비하면 정말 행복한 세상이다. 아니 내가 알고 있는 지식과 기기를 이용해서 찾아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다 읽고 배우는 데에도 남은 생이 부족한데 뭘 더 욕심낸단 말인가? 그냥 천천히 가자. 길을 가다가 우연히 발견한 들꽃이 예쁘면 주저 앉아 몇시간 세월 보낸들 뭐가 급하단 말인가. 어차피 모든 생명 그 끝은 자연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