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은 일 년 중 밤이 가장 길어져 가면서 추운 겨울이 시작되는 때이다. 밤이 길어지는 만큼 매일 해 뜨는 시간은 늦어지고, 반대로 해 지는 시간이 빨라지면서 일조량이 급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비라도 내리고 나면 매서운 북서풍 바람이 불어서 한겨울 추위보다 더 춥게 느껴지고 따라서 일별 신체적 활동 양이 급격하게 줄어드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1년 열두 달 중에 11월을 가장 싫어한다. 그런 11월이 막 시작된 지난 2일(월요일) 오후 3시쯤이었나 보다. 인터넷을 통해 영어 듣기 연습을 하다가, 잠시 틈을 내서 본 뉴스를 통해 개그맨 박지선의 사망 소식을 알게 되었다. 예전과는 달리 최근 몇 년 전부터 누군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으면 나도 모르게 우울해진다. 지난여름에도 아는 사람이 세상을 떠나셨다는 소식에 마음이 언짢아 한동안 힘들었다. 월요일에도 그 소식에 마음이 갑갑해져서 저녁 무렵에 밖에 나가 산책을 하고 돌아왔다.
지난 3일에는 즐겨 듣는 영어 podcast를 통해 스코틀랜드 출신 영화배우 Sean Connery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가 출연한 영화의 장면들이 끊임없이 떠올랐다. 거의 모든 영화가 참으로 재미있고 좋은 영화로 기억되고 있다. 그날 밤늦게 의정부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전철 안에서 그에 대한 영어 에피소드를 다시 들었다. Sean Connery가 연기했었던 영화들 중에 내가 보았던 영화 제목이 들려올 때마다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며 조금 슬픈 마음이 되었다.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차가운 대륙 고기압에 바람이 불어 미세 먼지가 날아가서 그런지 얼마 남지 않은 붉게 물든 나뭇잎 사이로 쏟아지는 아침 햇살이 화창했다. 하지만 겨울을 바로 앞두고 있는 계절이 늘 그러는 것처럼 차가운 바람과 그 바람에 흩날리는 낙엽이 함께 엮어내는 음산한 분위기는 여전히 주위를 감싸고 있었다.
아침에 걷어 종례 때 돌려주는 휴대전화.. 인권위 "학생 자유 침해"
학교 일과시간 동안 학생들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일과 끝나고 돌려주는 일부 학교의 규정이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이러한 학교들에 관련 규정 개선을 권고했다.
위 글은 어제 오후 인터넷 다음 뉴스에서 댓글이 많은 뉴스 1위(2020.11.04. 02:21 기준)에 올라 있는 뉴스 기사의 제목과 첫 문단 내용이다. 전에 있었던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사항들이 마치 헌법재판소의 판결처럼 예외 없이 교육현장에 바로 적용되었었으므로 이 권고사항도 곧 교육현장에 적용되어 해당 학교들은 교칙 수정 작업에 곧 착수하게 될 거라고 예상된다. 인권위원회의 이번 권고는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교칙을 시행하는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들이 진정을 제기한 결과라고 그 기사에서 또한 말했다.
이 뉴스를 읽으면서 바로 떠오른 단어는 바로 "획일화"였다. 요즈음의 우리나라를 한 단어로 규정한다면 "획일화"라고 여겨진다. 나랑 생각이 다르거나 의견이 다르면 즉시 적으로 규정하고, 그래서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 비난하고 배척하여 결국에는 입을 완전히 막아버리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러한 경향은 현 정부와 여당도 예외가 아닌 것 같다. 그래서 우라나라는 거의 모든 이슈에 대한 의견의 다양성이 사라지고 찬성 혹은 반대의 이분법만 존재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러한 경향은 교육분야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크게는 정부의 교육정책이 변하면 당연히 모든 수준의 교육 기관에 거의 동시에 적용 시행되었고, 그리고 아주 작고 사소한 교육적 문제들, 예를 들어 교칙 제정 같은 지엽적인 문제까지도 지역적 특성이나, 교육 구성원들의 희망과 이념적 특성까지도 무시한 채, 전 국가적 통제하에 획일적으로 적용되고 시행된다. 그 결과 국공립, 사립을 막론하고 전국의 모든 초중고 학교들이 아무런 특색이 없이 비슷하고 획일화되었다.
우리나라 헌법 전문에 '자유'라는 단어가 3번 나온다. 우리나라는 헌법 전문에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자유민주국가다.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국가에서 교내에서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교칙을 가지고 있는 학교가 몇 개쯤 있는 것이 왜 그렇게 문제가 되는지 의문스럽다. 그런 학교가 지금도 현존하고 있다는 것은 아직도 적지 않은 수의 교육수요자들이 그것을 원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인권 침해 문제는 교육수요자들에게 학교 선택권을 부여하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모든 교육 수요자들에게 "우리 학교는 교내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는 교칙(규정)이 있습니다"하고 모두 에게 알려서, 원치 않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다른 학교를 선택할 수 있게 하고, 학교 선택 당시에는 그 교칙을 수용했지만 이후 생각이 바뀌었을 때에는 자유롭게 전학하도록 허용하면 인권침해 문제가 자연 해소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 거부자를 위한 대체 복무제를 도입하면서 양심적 병역 거부까지 인정하게 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교육수요자인 국민들이 각자 원하는 유형의 학교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자유를 원천 봉쇄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자기모순이며 자가당착이라고 생각된다. 이것은 결국에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 중에 하나인 평등원칙에도 위배되는 결과로 귀결된다. 현 정부의 집권 이후에 평등 교육을 내세워 국제고, 외고, 자사고, 자공고 등등 거의 모든 종류의 학교를 없애고 비슷한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로 전환하려는 정책들이 결국에는 교육의 획일화로 가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불편한데, 각 학교의 교칙 문제까지도 국가기관에서 그렇게 시시콜콜 개입하고 통제하려고 하니 그 속박감에 정말로 숨이 막혀 답답하다.
차가운 북서풍 바람 부는 가을 끝자락에 좋은 소식보다는 슬프고 우울한 소식들이 많아 마음이 자꾸만 불편해진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의 생각이 거칠어지고 입에서 나오는 말이 험해지며, 행동마저 사나워지는 것 같아서 더 불편하다. 세상 살아가는 것이 그렇게 만만하지도 않고 쉽지 않지만 그래도 매일 좋은 생각하고 좋은 말하고, 곱게 행동하려고 노력하며 살면 좋겠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며 다른 생각 다른 의견이 있는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사회가 되면 더욱더 좋겠다. 모두 그렇게 되면 세상 이처럼 소란스럽지도 않고 힘겹지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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