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반 녀석들(My Students)

휴식시간의 단잠!

etLee 2009. 10. 1. 09:48

 

 

   수능이 40여일 남았다. 아이들은 지금쯤 엄청나게 힘들고 지쳐있을 것이다. 오늘 아침에 금년 처음으로 <대학이 인생의 다가 아니다>라는 말을 했다. 이만큼의 시간이 지나면 아이들과 래포(Rapport )가 형성되어 담임 교사의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정도가 된다. 불과 1교시 수업이 끝난 시간이지만, 이 모습을 통해 지난 1교시 수업의 아이들의 수업받는 모습이 어떠했는지 불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아이들을 책망할 수 없는게 고3 담임이다. 2학기가 되면 고3 학생들은 밤늦께까지 공부를 않해도 피곤하고 지쳐서 틈만 나면 졸음이 밀려오고 잠이 들어버린다. 마치 훌련소에서 막 자대 배치를 받은 신병들이 그런 것 처럼 똑같은 현상이다.

 

   32명의 아이들중 상당수가 어제밤에도 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다 집에 갔다. 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공부하고 있지만 아이들의 성적이 쉽게 오르지 않아 더 불안하고 초조할 것이며, 느껴지는 스트레스 또한 엄청남 무게로 아이들의 어깨를 짓누를 것이니 어찌 힘들지 않겠는가. 담임 교사로서 이번 주 월요일 첫 수업 내내 잔소리와 온갖 협박을 했다. <니들 공부 않하니까, 공부하라고...!> 담임한 죄로 아이들에게 죄를 지을수 밖에 없다.

 

   3월초 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힘들어 보였던 녀석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해서 다른 반 녀석들과는 달리 조금씩 성적이 향상되었다. 이제 4년제 대학 합격권안에 들어간 녀석도 많아졌고 아직 2% 부족하지만 그래고 희망이 있는 녀석들도 늘었으니 요즘들어 이녀석들 등뒤에서 칭찬 및 은근히 자랑을 하게 된다. 하지만 이녀석들 앞에서는 여전히 험한 말과 욕설이 앞선다. 그래서 이녀석들에게서 <왜 선생님은 우리 앞에서 욕만 하시면서 다른반에서는 칭찬 하세요?>라는 말을 들었다. 웃기는 녀석들! PeterPan이 지들 앞에서 낯간지럽게 성격에도 전혀 않맞는 칭찬 같은 것을 하란 말인가? 잔소리 할 시간도 부족한데... ㅋㅋ

 

   지금껏 PeterPan의 엄청난 잔소리와 욕설, 그리고 매을 맞아가며 큰 녀석들이 별소리를 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휴식시간에 잠자는 걸 보니 아직 잔소리가 부족한 모양이다. 아무튼 지금 이렇게 지쳐 잠든 녀석들 모두가 몇달 후 실망하고 좌절하기 보다는 희망속에 졸업장을 받게 되면 정말 좋겠다. 그날까지 PeterPan의 할 일은 이녀석들 앞에서는 열심히 잔소리 하며 지켜 봐 주고 잘하는 것 있으면 칭찬하고 격려하는 것일게다. 그것도 아이들 뒤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