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우리 아들 딸 녀석들과 성당 갔을 때 그냥 생각나서 한번 찍었다. 아직 미사 시작하기 한참 전이라 사람들이 별로 없어 사진 찍는데 마음이 편했다. 정말 오래전 PeterPan이 대학을 가기 위해 재수라는 것을 할 때가 생각 났다. 공교롭게 이번주 고 3학생들의 수능 시험이 있어 많은 수험생 부모님들이 각자 자신들의 종교에 따라 기도를 했다는 뉴스가 저녁에 들렸다.
대학 입학시험 준비 1년은 예나 지금이나 당사자에게는 엄청난 고통과 인내심을 요구하는 힘든 시간이다. 특히 여름철 무더위가 한창인 칠팔월, 두달은 그해 시험 준비의 성공과 실패를 좌우하는 전환점이 된다. 바로 그때 PeterPan에게도 힘든 시기가 다가왔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냥 집중도 안되고, 불안하고 초조해서 공부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머니에게 책 한권 사게 용도을 달라고 해서 서점으로 달려 같다.
그 책이 그 당시 베스트 셀러 였다고 기억된다. 책 이름이 "신부님 우리 신부님"이라는 소설이었다. 이탈리아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소설인데 3일 동안 아무것도 안하고 이책을 읽었다. 그리고 마음이 후련해 졌고 다시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다. 그 소설속에서 십자가 고행상에 매달린 예수님은 주인공 돈 까밀로 신부님를 꾸짖기도 하고 충고를 마다하지 않았지만, 때로는 농담이나, 재미있는 이야기도 하시는 살아계신 예수님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까밀로 신부님이 힘들어 하거나 방황을 할 때에는 위로해 주고 길을 밝혀주기도 했다.
지금 그때 읽었던 소설의 내용은 거의 잊어, 머리속에 자세히 남아있는 것은 것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그 험난한 시기에 이 소설이 PeterPan에게 주었던 강렬한 인상은 늘 마음 한 구석에 남아 메아리처럼 들려온다-구체적인 내용은 알수 없지만... 그당시, 책속의 예수님이 까밀로 신부님에게 해 주었던 모든 이야기들이 PeterPan에게는 어둠속에 빛을 비춰주는 희망이었고 등불이었다. 그렇게 느껴졌고 그렇게 기억되고 있다.
거의 텅 빈 성당에서 형광등 불빛속에서 제단과 그 위의 십자가 고행상을 보다가 그 시절이 떠 올라 나도 모르게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아본 한 순간의 모습이다. 우리 인간은 때로는 인생에서 중요한 순간을 그냥 지나쳐 버리는 경우가 있다. 그 순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다가 세월이 지나 그 때를 돌이켜 보고 그 것이 자신의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시점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것을 모르고 지나쳐 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통탄해 하는 경우가 많다. 이 한 순간의 모습 역시 PeterPan에게 정말 의미 있는 순간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수험생을 자식으로 둔 부모들에게 그런 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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