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사교육에 휘달리는 공교육

etLee 2009. 11. 25. 19:49

   고3학생들의 수능 시험이 끝났고 이제 기말고사도 끝났다. 교육 현장에서 고등학교 3학년 담임 교사, 특히 인문계를 선택한 학생들로 구성된 학급의 담임교사를 맡으면 해마다 감내해야 할 업보가 하나 있다. 그 업보는 말 그대로 선택의 여지가 없이 그냥 견디어 내며 학생들과 거의 투쟁을 하다 시피 하면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

 

  금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수능이 끝나고 바로 이어지는 기말고사를 치루면 학교 내에서의 수업은 거의 진행 될 수가 없다. 그래서 학교마다 유명 인사의 강연회 혹은 특강, 그밖에 현장 견학등의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시행하게 된다. 그려면 그 업보의 행사를 치루게 된다. 바로 음악이나 미술 혹은 체육분야, 소위 말해서 예체능계 대학으로 진학을 하는 학생들과의 문제가 발생한다.

 

   예체능 계열로 진로를 결정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사설 학원들은 학생들의 수능과 기말고사가 끝나자 마자, 자기들 임의대로 학원 강좌를 아침 일찍부터 개설한다. 그리고 나서 학생들을 통해서, 또는 심지어는 공교육 기관인 학교에 공문 같지도 않은 공문을 보내서 아이들의 학교 활동에서 빼달라고 하며, 공교육 과정을 무력화 시킨다. 사설 학원들의 공교육 무시 현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정규교육 과정에 따라 교육을 시켜야만하는 교육 현장의 담임 교사들이 감내해야 하는 수고는 거의 고통에 가깝다 하겠다.

 

   아이들의 논리는 이렇다. 학교에서 자신들이 원하고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 시키지도 못하면서, 자기들이 돈을 들여가며 학원 다녀서 대학에 진학하려 하는데 도와주기는 커녕 왜 방해 하느냐라고 항변한다. 이러한 항변은 미술, 음악, 그리고 체육 관련 학과를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공통된 항변이고, 이따금 영화나 연기분야로 진로를 정한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사실 아이들의 이런 항변에 고3 담임 교사들은 별로 할 말이 없다. 수능 이후 아이들이 이들 예체능 관련 사설 학원에 지불하는 수강료가 엄청난 현실 앞에서, 그나마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학생들 앞에서 어떻게 <그건 옳은 일이 아니다> 혹은 <그건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선택은 뻔하다. 아이들에게 원칙을 설명하고, 원칙대로 처리 하거나, 아니면 아이들의 편을 들어 적당히 타협하며 두리뭉실 하게 넘어가든지, 그것은 교사들 각자의 몫이라 하겠다.

 

   정말 부당하고 이해 않되는 것은 이들 사설 학원들의 행태다.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그렇다고 해도, 사설 학원들은 어째서 아이들의 수능이 끝나면 바로 수강시간을 아침 일찍부터 개설해서 공교육을 무력화 시키는지 알수가 없다. 오후에 아이들이 학원 가면 않되는가? 그들은 거의 모두가 아침부터 강좌를 개설해 놓고, 수능이후 학교 수업이나 활동에 공공연하게 빼달라고 담임교사에게 요구하라고 아이들에게 시키는 듯 하다. 아니 이상한 서류같은 것을 보내서 당당하게 그렇게 요구하기도 한다. 정말 되먹지 못한 행태다.

 

   아무리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그들의 속성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들 역시 아이들의 교육의 일부를 담당한다. 교육은 아이들에게 규칙이나 원칙을 준수하고 진리와 정의감 같은 것들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적어도 그러한 가치들을 기본으로 하고 모든 교육활동이 시작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사설 학원들은 이렇게 공교육을 무력화 시킴으로서,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편의와 이익을 위해서는 규칙이나 법을 무시하게 하는 습성을 암묵적으로 가르치고 내재화 시킨다. 

 

  아무리 학교에서 아이들 특성에 맞는 교육을 해 줄 수 없다고 해도, 그 어떤 사설 교육기관도 그것을 무력화 시키킬 수 있는 권리도 없으며 권한은 더욱 더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설 교육기관들은 그렇게 해왔다. 그리고 우리 정부 당국도 그것을 묵인했다. 요즈음 아이들이 자기 자신만 알고 이기적이며, 폭력적이라고 한탄만 하면서 아이들에게 자기 담임선생님에게 그러한 부당한 요구를 당당히 하도록 하는 사설 학원들의 행태를 우리 정부가 계속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의 미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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