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나에게 물었다.
"선생님은 스키 안타세요?"
"난, 안타."
"왜요?"
"그냥..."
최신 가요가 깊은 산속에서 울려퍼지고 아이들이 인공눈이 덮인 슬로프를 마냥 즐겁게 가로지른다. 처음 타는 학생들까지도 이틀째가 되니 제법 멋진 모습으로 스키와 스노우 보드를 즐긴다. 아이들도 즐거워 하니 마음이 한결 가볍다. 힘겹고 지루했던 고3 시절을 마무리하는 수능 시험을 마치고 아이들을 스키캠프에 데리고 왔다. 아이들이 재미없어 하고 지루해 하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이 헛된 기우에 불과했다는 생각에 마음이 좋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스포츠가 2가지가 있다. 그 첫째는 골프고, 그 다음이 스키다. 그런데 이 두 스포츠 활동을 위한 골프장과 스키장이 불과 1Km정도의 간격을 두고 태백산맥 줄기의 한가운데 나란히 존재하고 있다.
태백산 줄기 여기저기가 많이 깍여나갔다. "XX는 야생이다."라는 스키장의 광고 문구가 계속해서 머리속에 회자되었다. 이 모습이 진정 야생이란 말인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이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길것이고 겨울동안에는 이 스키장에서 스키와 스노우 보드를 타고 질주할 것이다. 도시의 회색빛 건물숲에서 찌든 도시민들에게 얼마간의 휴식과 활력을 되돌려 주게 될 것이니 좋을 수 있다. 하지만 자연과 생명들이 치루어야 하는 댓가는 얼마인가?
요즈음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기후회의가 열리고 있다. 그런데 그 기후외의라는 것이 잘 진행되고 있는것 같지않다. 각 나라의 생존권이 달려있다시피한 탄소 배출권 규제와 관련된 회의인만큼 어떤 합의를 도출해 내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나라의 예를 보아도 각 지방 자치단체마다 지역개발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산을 깍고 강의 물줄기를 바꾸며 바다를 메우는 일이 일상이 된지 오래다. 최근에는 지방 자치단체끼리 서로 싸우기까지 한다. 하물며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들이 모인 국제회의에서 자기네들의 피와 살을 깍아야 할지도 모르는 그런 내용에 기꺼이 동의 한다는 것이 쉬울리가 없다.
2박 3일동안의 스키 캠프동안 아이들이 즐겁게 스키와 스노우보드를 타는것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에 파헤쳐지고 깍여나간 산야를 보면서 생각했다. 그래 우주 전체로 보변 이모습이 절대로 해로운 것이 아니다. 시작과 끝을 알 수없는 우주의 순환속에서 이 지구라는 행성에서 만들어지고 없어지고 하는 이 모든 것, 모든 일들 역시 전체 우주라는 측면에서는 그 일부분에 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이 모든 것-자연과 생명들의 죽음을 포함해서-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물론 인간 종족의 변화, 그리고 긍극적으로는 인간 생명의 멸종에 이르기까지도 우주의 필연적인 변화과정으로 생각하면 문제될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미 만들어진것 어쩔수 없잔아요. 우리는 그냥 즐기면 되는 거죠"
우리반 학생의 말이다. 그래 이 아이들에게는 이 스키장이 존재하는 것은 이미 하나의 자연이다. 그러니 그냥 스키를 타고 스트레스를 풀고 즐기면 그만이다. 이미 파헤쳐지고 베어져 나간 나무와 풀의 생명, 그리고 그 숲은 삶의 터전으로 살다가 죽어갔을지 모르는 수많은 벌레와 곤충들에대한 책임이 이 아이들에게는 전혀 없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스키라는 것을 타보고 스노우 보드를 타도 아무던 상관이 없다. 내가 파헤친것이 아니니까. 여기 와보니 그냥 있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처럼 파헤쳐진 산을 보며 스키라는 것을 만져보는 것 조차 할 수 없었다. 죄의식이 느껴졌다. 이곳을 떠나는 순간까지 슬펐다.
어제밤 MBC에서 아프리카 세링게티 평원에서 살아가는 사자 가족의 삶에 대한 다큐멘타리 프로그램을 보았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으로 사자들이 감내해 내야 하는 고통을 보면서 그것이 자연 순환의 일부로만 보이지 않고 안쓰러운 느낌이 드는 이유는 또 무엇이었을까? 우리 인간 종족은 지구 행성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이 문제로부터 완전히, 그리고 영원히 자유로울 것인가???
저 스키장을 그리고 저 골프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죽어간 생명들의 말없은 외침은 하나였을 것이다.
"살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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