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날씨가 변했습니다.

etLee 2011. 5. 16. 10:59

   날씨가 정말 좋은 오월입니다. 아침에는 서늘해서 긴팔 봄 옷을 입고 왔는데 조금 덥게 느껴집니다. 세상사 모두 변하고 어느것 하나 정지된채 남아 있는 것이 없어 그런지 우리나라의 기후 패턴도 예전과 많이 달라 졌습니다. 얼마 전까지 서늘해서 두툼한 겨울 옷을 입고 다녔는데, 앏은 긴팔 봄 옷은 다 입어보지 못하고 여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집 옷서랍 속에서 주인에 의해 입혀지기를 겨우내 기다렸던 옷들중에 몇몇은  그냥 계절을 그냥 넘기게 되었습니다. 작년 가을이 그렇게 넘어갔는데 말입니다.

 

   정말 우리 지구에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서 바나나 나무가 노지에서 겨울을 나고, 남해안에서 귤을 재배하고 강원도에서 사과가 많이 열린다고 하니 말입니다. 어릴적 겨울 교실이 너무 추워 하루 종일 선생님의 수없은 듣지 않고 두손으로 발을 비벼 녹이려 했던 기억이 선하고, 하루의 일터에서 고생하시다 퇴근 길에 눈을 맞아 두툼한 겨울 옷 어깨와 머리에 흰눈이 두껍게 덮여있는 모습으로 방문을 여시는 아버지의 기억이 엊그제 일 같은데 눈 쌓인 모습 못보고 지난 겨울이 한두해가 아닙니다. 금년 겨울은 최근 10여년의 겨울 모습과는 다르게 제법 눈도 많았고 추위도 매서웠지만, 봄은 온듯 만듯 지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람들이 이 지구에 뭔일을 했을까요? 수많은 땅을 밭으로 만들고 집으로 만들었습니다. 하늘이 온통 별들로 가득했던 밤을 도시의 온갓 불빛으로 밝게 했습니다. 수십미터 나무와 풀, 그리고 온갓 동물들로 가득했던 열대 숲을 불로 태워 길을 만들고 목장을 만들고 광산을 만들고, 도시들 세웠구요. 수만년 땅속에 잠들어 있던 옛 생명들의 흔적들을 캐내어 전기를 만들고, 자동차를 움직이게 했으며, 엄청난 고깃배를 만들어 바다의 생명들을 잡았습니다.

 

   이제는 시골에서 조차 여름 비를 맞으며 일하기를 꺼려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금속에 찌든 먼지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거나, 강렬한 자외선에 피부를 보호하겠다고 얼굴에 마치 '별들의 전쟁' 영화에나 나오는 모양의 얼굴 가래개를 쓰고 등산을 하는 모습도 흔해졌습니다. 이제 사람들이 산속 샘물 조차 마시기를 꺼려합니다. 수도물 그냥 마시는 사람 하나 없습니다. 오래전 흐르는 물 그대로 떠다 밥도 짓고 국도 끓여 먹던 바로 그 산 그 계곡의 물에 이제는 손조차 씻지 않으려고 합니다. 지구는 예전 지구 모습 그대로 인데 말입니다.

 

   현명한 사람들을 말합니다. 우리의 바람이 변했고 우리의 흙이 변했고 우리의 비가 변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을 변화시킨 주체는 누구인가요? 우리 사람들이 그랬습니다. 그냥 그렇게 세상을 변하게 했습니다. 이제는 누가 잘못했고 누가 잘했는가 하고 자잘못을 가릴 시간도 없게 되었습니다. 누가 방사능을 유출시켰는지 책임 소재를 따지고 있기보다는 더 이상의 방사능 유출을 막기위해 바로 행동을 취해야 할 만큼 지구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지구의 바람과 물과 흙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변할테니까요. 그렇지 않으면 얼마 안가서 이 지구에 우리 인간들만 덩그러니 홀로 남아 외롭게 살아야 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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