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세상이었다.
어제 집안에 답답한 일이 있어 밤 11시 30분이 넘어 홍대입구 거리를 나갔다. 깊은 겨울밤 눈발이 날리는 가운데 필자는 그냥 마음 닿는대로 걸었다. 자정이 넘고 밤이 깊어가는 시간임에도 10대 말에서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젊은이들이 많이 돌아 다녔고 투명한 윈도우를 통해 비쳐지는 다양한 형태의 주점안에도 역시 젊은 남여들이 각자들의 술잔을 들고 뭔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길에서 교차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는 진한 술냄새가 끊임없이 콧속의 감각 세포들을 자극했다.
그 시간에 그 거리를 걸어본것이 어제, 아니 오늘 새벽이 처음이었다. 그리고 느꼈다. 내가 그동안 세상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같은 공간 같은 시간을 그처럼 오래동안 살아왔는데, 그런 모습이 왠지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졌다는 것은 내 삶이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소외되었다는 뜻이다. 새벽 1시가 넘었는데에도 길에서 마주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어디가서 뭘 먹을까?", "맥주 한잔 더 하자", 등등, 끊임없이 마시고 즐기자는 그런 것뿐이었다.
어떤 여성은 너무 많이 취했나보다. 정신을 완전히 놓은채, 지인인 듯한 젊은 남성의 등에 옆혀가고 있다. 너무나 많은 젊은 여성들이 그 늦은 밤에 거리에 있다. 어쩌면 연말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얼마전 친구녀석이 푸념하듯 들려준 이야기가 현실감있게 느껴졌다. 이제 대학 1학년을 막 마친 딸녀석이 수시로 밤을 밖에서 지내서 고민이라 했다. 이처럼 그 시간에 또래 젊은이들과 또다른 주점을 찾는다면 그 밤을 그렇게 보낸다는 의미일 게다.
여기 저기에 24시간 오픈한다는 주점, 커피점이 눈에 띠었다. 정말 놀랐다. 24시간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이 정말 가능한 일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나의 이런 생각이 시대 착오적인 것인지 아니면 순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나의 삶, 인생이 이시대의 삶, 생활 방식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살아왔다는 점이다. 역시 나의 삶의 방식은 이전 세기의 그것이었다. 새벽 1시를 넘기자 따뜻한 집에 들어가 잠을 청하고 싶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들어가며 서 있었더니 막차인듯한 시내버스가 왔다. '어렇게 늦은 시간에도 시내 버스가 다니네.'라고 생각하며 버스에 올랐다.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알콜끼가 전혀 없었던 나의 콧속을 자극하는 것이 있었다. 술에 취했을때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풍기는 그 냄새 말이다. 맨정신에 흰 눈발 휘날리는 거리를 1시간 이상 헤맸던 나는 그 냄새를 한동안 참느라고 애써야 했다. 결국 세상은 그 냄새에게서 내가 느끼는 거리감 만큼이나 나의 정신 패러다임은 현재의 삶의 방식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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