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그날이 왔다. '스스의 날'이 어김 없이 왔다.
축하해 주고 싶은 사람, 축하 받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부담이 되는 그날이 바로 스승의 날이 아닌가 한다.
어제 PeterPen의 생일이라서 가족이 서오능에 있는 한 갈비집에서 조촐한 생일 잔치를 했다. 내자의 동의를 받아 생일 케익은 생략하기로 했다. 4인 가족에 돼지 갈비 4인분으로 생일 잔치를 갈음했다. 작은 생일 잔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 오는 길에 차에서 내자와 '스승의 날' 우리 아이들 선생님들의 선물 준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일들은 아빠가 신경 쓰는 것보다는 엄마의 일이라서 항상 내자에게 맡겨둔다. 하지만 항상 이때만 되면 항상 내자에게 부탁을 한다. 우리 아이들 선생님들께 조그만 선물 준비해서 아이들 편에 꼭 보내드리라고...
큰아이의 담임 선생님께는 아직 전해 드리지 못한 것 같고, 단지 전년도 담임 선생님께 만 작은 선물을 전해 드렸다고 한다. 둘째 아이 담임 선생님께서는 카드만 받아 가셨다고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원 선생님들 몇분의 것도 준비 했느데, 둘째 아이 담임 샘을 위해 준비 한것은 학원의 수학 선생님께 드리기로 했다고 한다.
우리 가족의 '스승의 날'에 대한 대화 내용은 대략 이렇게 끝났다. 아!, 지난주 어느날 10시까지 어떤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고 집에 도착해 옷을 갈아 입는데 내자 휴대 전화에 "스승의 날에 선물 같은 것 보내지 말라"는 문자가 왔다고 했다. PeterPan은 내자에게 "그래도 해야할 도리는 하라"고 했다.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PeterPan이 근무하는 학교에서도 학부모에게 그런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메시지를 보내라는 지시는 이미 상부 기관 지침이었다고 하고...
그런데 요즈음 사회 분위기는 온통 교육계가 부정 비리의 온상인것 같다. 거의 모든 언론 매체에서 다루어 지는 기사나 가십 거리고 이야기 되는 것도 그렇고 상부 기관에서 학교로 폭포수 처럼 쏟아져 내려오는 공문들도 그렇다. 그러니 해마다 오월이 되면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공통적으로 불편한 마음을 떨쳐 버릴 수 없다. 그러니 '스승의 날' 폐지를 주장하게 된다. 오월이 되면...
금년 스승의 날은 한결 마음이 편하다. 일요일과 겹쳐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어제는 놀토였고, 내일은 바쁜 월요일이고 이미 지나 일들을 기억할 일도 없는게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의 일상이니까. 학교가 체벌, 비리, 불법 답안지 수정, 차별 등등 온갓 부정적인 수식어의 온상이 되어있다고 세상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있든 말든, 그리고 어쩌다 뉴스 한 구석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좋은 선생님들에 대한 그 알량한 가십성 기사 거리로 그렇게 수많은 선생님들에게 모욕감을 주던 말든 그것 PeterPan의 세상이 아니다. 오늘은 그저 계절의 여왕 오월의 3주째 휴일이고, 아침 늦잠에 허덕이며 헬레벌떡 성당에 뛰어 가서 조용히 신부님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기 반성의 기회를 갖고 지금은 이렇게 홀로 학교에 나와 음악 들으며 글은 쓰고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단지 이런 행복을 내일부터 시작되는 한주일동안 교실과 복도에서 만나는 아이들과 나눌수 있으면 더욱 더 행복할 것이니, 세상 사람들이 뭐라 한들 어떻단 말인가.
성당에서 미사를 마치고 휴대 전화를 보니 문자 메시지가 떴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금요일날 찾아 뵐게요" 오타난 문자지만 그래도 사랑이 담긴 메시지다. 근데, 녀석을 대학도 못보내서, 재수라는 고통을 안겨 줬을 뿐인데 뭐가 감사하다고 찾아 오겠다는 가야? PeterPan이 밉지도 않나? 공부 하기도 엄청나게 힘들고 바쁠 텐데! ...
매년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고 힘겨워 하는 모습을 보면 무척 마음이 무겁다. 어차피 삶이라는 것이 힘겹고 고통스러원 면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때로는 아이들에게도 그 사실을 가르치고 있지만, 그래도 내 아이들만은 덜 힘들고 덜 고통 스럽고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살아가도록 한때나마 돕고 싶지만 그렇지 못할 때가 있어 부끄럽다. '스승의 날'은 세상에서 이야기 하는 그 수많은 부정적인 수식어 때문에 얼굴 못들고 다니는 날이 아니라,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다 채워주지 못했기 때문에 부끄러워 하는 교사의 자기 성찰의 날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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