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 I.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선생님^‿^ 지난번 편지는 정말 잘 받았어요. 편지 보내고 선생님 답장 열심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특급으로 답장이 엄청 빨리 도착해서 얼마나 좋았는지 몰라요. 친구들한테 이렇게 자랑했어요. “너는 특급으로 답장 받아 본적 없지?” ^‿^
선생님 지금은 휴가기간인데 저는 학원에 남아서 공부하고 있어요. 잘 하고 있는 거죠?
사실 집에 엄청 많이 가고 싶긴 한데 며칠 전에 외출해서 집에 갔다 왔어요. 그래서 양심상 휴가를 또 갈 수는 없었어요. 선생님, 저 원래 잘 아프지도 않고 건강하잖아요.
근데 한 이삼 주일 전부터 계속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외출도 갔다 온거구요... 재수가 쉽지 않을 거라는건 알고 있었지만 역시 말로 듣는 거랑 몸으로 느끼는 거랑은 다르다는 걸 가슴 깊이 느껴요. 누가 봐도 그렇겠지만 재수하면서 힘들다고 투정부리는 것 사치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공부하면서 힘든건 괜찮은데 아무래도 여기가 기숙사다 보니 인간관계로 힘든 일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지난번에 인간관계로 상처를 너무 심하게 받았어요. 그래서 며칠은 계속 눈물만 나와서 공부도 못했어요. 몸도 그때부터 계속 아팠구요. 지금은 많이 괜찮아졌고 그 충격으로 친구들이랑 얘기도 안하고 공부만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해보려고 하는데 그래도 많이 힘들어요. 살도 너무 많이 빠지고 선생님도 보고 싶고 몸도 마음도 힘들어요. 지난번 선생님이 편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잖아요. 힘들면 그냥 참으라고, 힘들어할 시간이 어디 있냐고. 근데 그냥 참기가 정말 쉬운게 아닌 것 같아요. 엄마 아빠한테는 힘들다고 말도 못했는데 선생님한테는 말 할 수 있어서 참 다행이고 감사해요.
다음 8월 유가는 여름 휴가라고 5일정도 되는데 그때는 의무적으로 다 집에 가야 한데요. 그때 집에가서 선생님 만나면 참 좋을 것 같은데 수능 볼때까지 참을래요. 그리고 나서 수능 끝나고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선생님 만날래요. 지금도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기는 한데 많이 불안해요. 모의고사 성적도 그렇고 불안한게 한두가지가 아니에요. 그래서 솔직히 꼭 좋은 대학 가겠다고 장담은 못하겠지만 부끄럽지 않게 후회 없이 한번 제대로 해본다는 생각으로 하고 있어요. 그러면 결과도 부끄럽지 않은 결과가 나와 주겠죠. 정말 그랬으면 좋겠어요.
아! 선생님, 저희 집이 S동으로 이사를 갔는데 선생님 집하고 저희 집하고 엄청 가까워요. 저희집이 D. K빌 아파트인데 아세요? 마을버스로 몇 정거장 밖에 차이 안나요. 내년에는 선생님 얼굴 자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선생님 저는 눈물이 왜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힘들어도 티가 안나면 좋 나을텐데 금방 눈물 나오고 그래서 더 속상해요. 그래도 선생님 말씀처럼 지금 4개월밖에 안남았는데 힘들어할 시간이 어딨어요. 그러니까 참고 열심히 열심히 할게요. 저를 믿어주시는 선생님앞에서 부끄럽지 않도록! 선생님 사랑해요.
안녕히계 세요.
2008. 7.14. 월
I. H 올림♡
대입 재수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단순하게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며,
물론 경제적인 부담이 없이 온갓 지원을 받는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두려움, 공부를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쉽게 변하지 않는 수능 모의고사 성적표상의 수치들...
불안과, 초조감 등등...
7~8월쯤 수험생들의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른다.
반면에 주변에 유혹이 너무 많다.
이때쯤 심리적으로 포기하는 학생들이 급속하게 증가한다.
겉으로는 계속 공부하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PeterPan은 가끔 학생들이 원하면 애프터 서비스를 한다.
그런데 하는 일이 특별히 없다.
때가 되면 만나서 밥 한번 사주고 이야기 들어주고,
필요하다고 느껴지면, 그때 그때 선생님으로서 의견 말하고...
정말로 가끔은 경고도 한다.
모의고사 성적 잘나온다고 오만하지 말고 늘 겸손하며 평정심 잃지 말라고...,
하지만 많이 공감해주고, 격려하는 일이 대부분이다.
아이가 불안해 하니까.
그래서 학생이 만나기를 원하면 만사 제처두고 만난다.
아이는 할 얘기가 많다. 때로는 PeterPan 앞에서 눈물을 보이기도 한다.
제일 좋은 치료약은 함께 밥먹고 커피 한잔 마시면서,
들어주고 아이가 성공 할 수 있다는 자심감과,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갖게하는 것이다.
수능 끝나고 성적이 나오면,
아이가 원하는 것에 최대한 맞춰서 대학을 정해서
원서를 쓰게하고 합격시키는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이 애프터 서비스에서 가장 힘들고
고도의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작업이된다.
그래도 학생이 어느 정도의 성적만 나오면 거의 실패하지 않는다.
가장 최근에 애프터 서비스에서는 2016년에 연대 행정학과를 합격한 녀석이다.
그녀석 서울대 하향 안전 지원시켰는데,
수능 고득점 수험행들의 뚜렷한 안전지원 경향으로 실패했다.
그녀석 팔자였다. 그 점수로 그과에서 불합격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덕분에 자신이 원하는 행정학을 공부하며 인생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다가,
지금은 잠시 멈추고 힘차게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중이다.
이 편지를 보내왔던 제자는 이 편지를 끝으로 연락이 멈췄다.
이 편지글 속에서 PeterPan이 읽은 것은 "Help me! Help me!"였다.
이 편지를 써서 나에게 보냈을 무렵에 스스로 찾아와
한번쯤 만났으며 도움이 되었을 텐데...
힘들어 할 때 만나서 밥 한끼 사주지 못해서 정말로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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