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3월이 되면 휴대전화에 생일 축하 문자 메시지가 온다. 가끔은 어디에선가 생일 축하 카드가 오기도 한다. 하지만 거의 대부분을 무시하고 넘기거나 가끔은 삭제 버튼을 클릭한다. 사실 3월 그날은 필자의 생일이 아니다. 단지 법적인 생일일 뿐이다.
필자가 이 세상에 태어날 무렵에는 유아 사망률이 높아 아기가 태어나서 바로 출생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게다가 농번기에 아기가 태어나면 읍내에 갈 시간조차 낼 수 없는 사람들도 많았고, 학교 문턱에도 가보지 못해 글을 못 배워서 도움 없이는 출생 신고도 못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오죽했으면 마을 이장님이 부모들의 부탁을 받고 동네에서 태어난 아기들의 출생 신고를 한꺼번에 하다가, 실수로 이름이 뒤바뀌거나 심지어는 생년월일이 뒤바뀌는 일이 빈번히 일어나곤 했던 시절이다. 필자의 고등학교 동창 중에 한 친구는 바로 윗 형과 생년월일이 바뀌어서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군에 입대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가 없는 일이 많았던 시절이다.
오늘 우편물 함에 왠 카드가 있어 꺼내 보았다. 음성 꽃동네 회원 관리 팀에서 보낸 생일 축하 카드였다. 지금은 이 세상에 안 계신 부모님께서 기억하시는 필자의 생일은 오월 어느 날이다. 그럼에도 오늘 받은 법적 생일 축하 카드는 문득 지난 30여 년간의 세월의 의미를 잠시 생각하게 해서 좋았다. 정확하게 기억되지 않지만 결혼 후 몇 달 지나서부터 시작한 일이다. 그러니 30년을 조금 넘게 계속된 일로 생각된다. 비록 많지는 않았지만 성심 성의껏 해왔던 일이다. 그래서 필자가 먹고, 자고, 입을 수만 있다면 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는 그런 일이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지만 오늘 이렇게 글을 쓴 이유가 있다. 예쁜 카드를 보며 지난 세월을 생각하다가 문득 "이 일 언제 그만둘까?" 하는 의문이 생겨 부끄러웠다. 당연히 죽을 때까지 해야 할 일인 것을...
'내 이야기(My Stori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유 박탈 이틀째! (0) | 2022.05.25 |
---|---|
아들 이야기 (0) | 2022.03.17 |
모더나 백신으로 3차 접종(Booster shot)을 마치고... (0) | 2021.12.22 |
Ape Man(유인원, 영장류 인간) (0) | 2021.09.17 |
백신 2차 접종 2주 후... (0) | 2021.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