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방학에 초중고 학생들이 꼭 가는 곳

etLee 2008. 12. 29. 22:21

 

지금쯤 전국의 모든 초중고 학생들이 방학중이다. 각 학년의 아이들 수가 평균 52만명이라고 했을 때 초등학교 1학년 부터 고등학교 3학년 까지 전체 학생들의 수는 대략 6백만명이 넘는 숫자가 된다. 그렇게 많은 학생들이 모두 겨울 방학을 맞이 했다. 그리고 그 학생들중 상당수의 아이들이 지금 이순간 어딘가 사설 학원 또는 다양한 형태의 사교육의 현장에서 시달리고 있을 것이다.

 

어제 PeterPan은 집에서 결국 패하게 될 운명의 전투를 한바탕 치루었다. 두 아이의 사교육 문제로 안사람과의 피할 수 없은 전투에서 결국 지고 말았다. 한아이 한달 사설학원 수강료 40만, 두녀석 합쳐 80만원을 매달 전투에서 패한 댓가로 치루게 되었다. 교사 생활 21년의 봉급으로서는 정말 감당하기 힘든 엄청난 부담이다. 이 두녀석 학원비 지출에 우리 부부의 노후 생활까지 저당잡히는 꼴이 된 것이다. 내 일이 가르치는 일이고, 사교육의 해악을 교육현장에서 누구보다도 잘 체험하고 느껴왔던 사람이, 정작 내 아이들을 사교육의 현장으로 내 몰수밖어 없다는 현실앞에서 자괴감을 금할 수 없는 하루 였다.

 

우리나라 전체적으로 사교육 시장 규모가 어느정도나 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하지만 그 규모가 천문학적이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서두에서 처럼 대락 우리나라 초중고 학생들이 6백만 가량 되고, 그중 대략 60%정도가 직 간접적으로 사교육을 받는다고 하면 대략 3백 60만 정도가 된다. 초등학교 6학년의 우리 큰녀석의 한달 사설학원 학원비 40만원의 50%인 20만원을, 이들 3백 60만명의 초중고 학생들의 사교육에 지출한다고 하면 매달 7천 200억원에 이른다. 사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 것은 자명하다. 2006년 말,  삼성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영어의 경제학’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영어 사교육에 들어가는 비용은 연간 15조 규모라고 했다. 2년전의 영어 사교육에 들어간 비용이 그정도의 규모라면 현재 우리나라 전체 사교육 규모는 실로 엄청날 것이다.

 

사교육은 우리나라에서 이미 하나의 산업이 된지 오래 되었다. 사교육 산업, 그리고 그와 관련된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수와 경제 규모가 국민 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엄청 크다는 현실 앞에서 사교육의 해악을 논한 다는 것이 웃기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1980년대 초, 군사 독재 정권이 취했었던 초중고생의 학원수강 전면 금지와 같은 조치를 지금 당장 시행한다면 엄청난 수의 실업자가 발생할 것이고, 더 나아가 우리나라 경제 자체가 붕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모두가 이구동성으로 사교육의 해악을 말한다. 그러나 사교육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 적어도 학교에 내보내는 자녀를 하나라도 둔 부모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PeterPan역시 그 굴레에 사로잡혀 헤매고 있는 게 현실이 아닌가?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하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아이같은 어른, 자생력을 거의 상실한 어른이 되어간다. 우리가 사교육의 폐해를 말하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이에 우리 아이들이 그렇게 커가고 있다.

 

PeterPan은 오늘 오후 5시에 퇴근했다. 오전에는 보충 수업을 하고, 오후 5시까지는 자율학습실에서 학생들과 함께 하다 왔다. 이 일이 적어도 1월 13일까지는 계속 될 것이다. 어쩌면 2월에 이 일을 반복할 지도 모르겠다. 집에 돌아 와서는 아들 녀석 영어를 가르쳤다. 왜소하고 평범한 한 인간으로서 그 엄청난 대한민국의 현실, 그 엄청난 사교육 산업에 대항하는 PeterPan 만의 방식이다. 아이들이 공부라는 것을 않할 수 없고, 대학이라는 곳을 진학 하지 않으면 않되는 것이 또한 우리의 현실이다.-대학 졸업장이 없으면 인생에서의 꿈과 희망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한다. 자율 학습실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공부하는 모습 지켜보며 함께 하는 것, 그것이 PeterPan의 저항 방식이다. 그 곳에 함께 하는 아이들이 소수라 해도 괜찮다. 그아이들은 홀로 서는 방식을 배울테니까........

 

오늘도 많은 학생들이 보충수업에 결석했다.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은 그 보다 더 소수다. 다들 옛날 아이들 처럼 밖에서 뛰어놀고 있을까?

혹시 학원에 갔나???? 어디선가 놀기라도 하면 좋겠다. 스트레스라도 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