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긴 겨울방학 보충수업이 오늘 끝났다. 방학을 한 것인지 만 것인지 분간이 않될 정도로 힘든 시간이었다. 아이들도 무척이나 힘들었을 것이다. 보충수업에 참가한 학생들의 대부분은 자신들, 혹은 학부모들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이유로 결석을 하는 학생들이 많이 발생하였다. 특히 날이 매우 춥거나 주말인 경우에는 결석생이 더욱 증가했다. 부모님께 문자 메시지나, 전화를 통해 학생들이 보충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게 해달라고 해도 며칠 반짝 할 뿐이다. 방학 시작 전에는 정말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다를 마음을 궂게 다짐했을 터인데, 아직 어린 나이라서 쉽게 행동에 옮기기는 힘겨웠나 보다. 수업을 하는 교사의 입장에서도 힘든 과정이었는데 학생들은 더욱 더 힘들었을 것이다.
보충 수업이 끝나고 학생들이 떠난 교실은 정말 황망했다. 청소는 말할 것도 없고 교실의 책걸상이 여기저기 무질서하게 나뒹구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동안 열심히 보충 수업에 참여한 아이들에게 햄버거와 음료수 하나씩을 나누어 주고 학생들에게 교실 정리 정돈을 잘하고 귀가하라고 말했었다. 그리고 한 학생에게는 스레기 통을 비우고 가라고 개별적으로 특별히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점심 식사를 마치고 교실을 들어가 살펴 보았다. 쓰레기 통도 비워져 있었고 아이들 나름대로 정리된 흔적은 있었으나, 교실 바닦에 빗자루가 쓸고간 흔적은 전혀 없었다. 그래도 교실 바닦에 햄버거 포장지나 음료수 캔 같은 것은 굴러 다니지 않았으니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쓰레기 통을 깨끗이 비우고 갔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언제부터 인지는 모르겠다. 한 학급을 맡아 담임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교실을 청소하게 시키는 일이 점점 더 힘들어 졌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쓰레기통 하나를 비우는 일도 거의 투쟁에 가까워 졌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교실이나 복도 바닦에 휴지가 굴러다니면 근처에 있는 학생들에게 휴지를 줍게 시키면, 아이들은 별 말이 없이 교사의 지시에 따랐다. 하지만 요즈음 학생들은 그렇지 않다. <내가 안버린건데요!> 이것이 보통 요즈음 학생들의 반응이다. 자기가 버린 것도 아닌데 왜 자기한테 주우라고 시키느냐 하는 태도다.
내가 맡은 반 교실을 깨끗하게 유지하려고 노력하는 일를 오래전에 포기 했다. 그냥 교실에 굴러 다니는 쓰레기와 휴지가 없고, 쓰레기통 가득 차서 주변에 넘치지 않으며, 교실에서 쓰레기 냄새가 나지 않으면 그것으로 만족해 한다. 요즈음 아이들은 빗자루을 잡는 아주 사소한 것에서 부터 바닦을 쓰는 일에 무척이나 서툴다. 어쩌면 집에서 청소라는 것을 거의 하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게다가 내 눈에는 뻔히 보이는 쓰레기 들이 아이들 눈에는 안보이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만 청소를 믿고 맡겨 놓은 후에 빈 교실에 가보면 여기 저기에서 휴지와 오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분분이다. 그래서 나는 자주 아이들과 함께 빗자루를 들고 교실 바닦을 함께 청소한다.
오늘 겨울 보충 수업 다 끝나고 아이들이 떠난 빈 교실을 홀로 청소했다. 빗자루로 쓸고 물걸레질을 했다. 남자 녀석들이 쓰던 교실이라 물걸레를 해도 껌 자욱이나 오래된 얼룩들이 지워지지 않았지만, 그 전보다는 깨끗해졌고 교실이 정돈되어 보였다. 이제 2월 개학 까지는 빈 교실로 남아 있을 테니 그정도 정리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이제 정말 내일 부터는 진짜 방학이다. 그동안 읽어보지 못한 책도 읽어보고, 아이들과 떨어져서 깊이 지난 한해를 성찰하며, 나 자신을 돌이켜 보아야 겠다. 그리고 오랫 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나 여러가지 이야기도 들어보고, 배울 것이 있으면 배워야 겠다. 그래야 금년 한해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 새로운 교실을 만들어 가는 일에 최선을 다 할수 있을테니까.
아이들이 모두 방학동안 열심히 정진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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