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있을 때인가 보다. 나보다 나이가 두살정도 아래의 고참으로 부터 잔소리 싫컷 듣고 몇대 얻어 맞았다. 그리고 나서 함께 있었던 졸병에게 담배 한대 불 붙여 달라고 했다. 그렇게라도 안하면 뭔가 사고를 칠 것 같아서 였다. 그리고 그때까지 보아왔던 다른 사람들의 담배 피는 모습을 모방해서, 한 모금 깊게 빨아 폐속 깊숙한 곳까지 연기를 삼켜 보려고 했다. 하지만 멈출 수 없는 기침과 더불어 두어 시간 전에 먹은 짬밥마져 토할 것 같이 가슴이 울렁 거렸다. 그러는 내 모습이 우스웠는지 졸병 녀석은 신나게 웃어 댔다. 그것이 내가 담배라는 것을 피워보려고 했었던 첫번째 이자, 마직막 시도였다.
내가 못하는 것은 흡연 만이 아니다. 술도 제대로 마시지 않는다. 소주 2잔, 생맥주 500cc, 병맥주 한컵, 막걸리는 더욱 더 못한다. 어떤 사람은 이런 나에게 인생 뭔 재미로 사느냐고 묻기도 한다. 그런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아무것도 없다. 하지만 내가 술이나 담배를 체질 적으로 못하게 태어난 것은 아닌것 같다. 나의 아버지로 말하자면 돌아가시기 얼마 전까지도 매일 소주 2병을 비우셨고, 담배도 평생 피워오신 분이다. 지금도 살아계신 어머님(80세)역시, 당신께서 평생동안 피우시던 담배를 끊으시게 된 것도 70을 넘기신 이후였다. 오래 전에 일이지만 세상 초년병 시절에는 나 역시 소주 2병을 조금 넘게 마실 만큼 음주를 꽤 자주 하는 편이었다. 가끔은 너무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비틀 거리며 귀가하곤 했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것은 체질적으로 맞지 않아서는 결코 아니다. 그냥 마시고 싶지 않을 뿐이다.
어린 시절부터 술과 담배를 않하게 된 것은 내가 요즈음 표현으로 '조금 쪼잔한 성격'이어서 그랬는지 모르겠다. 사춘기에 접어든 이후에도 교과서에서든 혹은 어른들이 말하는 것이든 간에 나쁘다는 짓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공부 잘하는 모범생도 아니었다. 그냥 하기 싫었을 뿐이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정신적으로 성장하고 배움이 넓고 깊어 짐에 따라서 나의 선택은 적절한 것이었다. 적어도 삶에 대한 나 자신의 태도나 가치관에는 절대적으로 바른 선택이었다. 사회의 초년생 시절에는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음주를 할 수 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래도 정신을 놓는 일은 한번도 없었다. 술을 즐기기는 했지만 취해본 적이 결코 없었다는 소크라테스처럼 살아가고 싶었다.
사람들이 흡연을 하고 술을 마시는 이유는 그것들을 즐기는 사람의 숫자만큼 다양할 것이다. 지금도 어쩌다, 맥주 한잔 혹은 포도주 한잔 정도는 즐기며 마시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너무 좋은 일이 생겼다거나, 그냥 기분이 좋아지면 주변 사람들과 생맥주 한잔 하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그렇게 얼마 마시지 않는 술이지만 음주에 대한 철저한 원칙이 있다. 첫째, 슬프거나 화가 나서는 절대 술을 마시지 않는다. 둘째, 술을 마셔도 절대 정신을 놓지 않는다. 이 2가지 원칙을 벗어나서 술을 마시는 일은 거의 없다. 특히 음주 후 정신을 놓는 일은 결코 나 자신에게 허용되지 않는 철저하게 지켜지는 원칙이다. 음주를 많이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쩌다 술을 마시게 되는 경우에도 알콜의 영향을 받는 상태에서는 집에 들어가는 일이 없다. 오랜 시간이 걸려도 좋다. 술이 깰때까지 집을 향해 걷는다.
우리의 삶은 쉽게 살아지는 것이 아니다. 어느 한순간이라도 정신을 놓고 살아 갈 수 있을만큼 삶이 만만한 것이 결코 아니다. 설령 우리의 삶이 쉽고 편하다 해도 나는 어느 한순간 이라도 정신을 놓고 싶지 않으며, 뭔가에 기대고 싶지 않은 것 뿐이다. 마음이 답답하면 담배 한대 피면 조금 편해질 지도 모른다. 살다가 뭔가 괴로운 일이 있을 때에는 술기운에 젖어 잠시 그것을 잊는 것도 삶을 살아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불교에서는 우리의 삶을 고<고통>라고 한다. 하지만 곁코 그 고통을 피하려고 하지도 말고, 그 고통에 맞서 싸우려고 하지 말며,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수용하라고 가르친다. 내가 술과 담배를 피하려는 이유도 이처럼 살아 가면서 필연적으로 따라 오는 온갓 고난과 고통을 온 몸과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수용하면서 살아가고 싶어서 이다.
요즈음 고등학교 학생들 가운데에는 상당수의 아이들이 흡연과 음주를 한다. 성별을 불문하고 너무나 많은 학생들이 흡연과 음주를 하다보니 비행 청소년들만의 문화라고 말 할 수 없을 정도로 보편적인 현상이 되었다. 나는 학생들에게 음주나 흡연에 대하여 거창하게 나의 인생 철학이나 신념 따위는 말 하지 않는다. 따분하게 학교 샌님의 개똥 철학 따위에 귀를 기울이는 학생들도 거의 없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할 지라도 어린 아이들의 음주와 흡연을 용인 할 수는 결코 없다. 너무 이른 나이에 지나친 음주와 흡연은 젊은이들의 미래을 갉아 먹는 괴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젊은이들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사람은 세월의 흐름과 더불어 늙어가고, 점점 더 추하고 냄새나는 존재로 변하게 된다. 나이가 들고 늙어 갈수록 사람은 더욱 더 자기 자신을 철저하게 관리하고 조절해야 한다. 그래야만 깨끗하고 반듯한 삶을 유지 할수 있다. 그런데 그런 삶에 가장 치명적인 적이 바로 음주와 흡연이라는 사실을 청소년들이 알았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들은 하루 지독하게 마시고 토하고 쓰러져도 다음날이면 바로 원래의 깨꿋한 모습 되 찾는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렇지 못하다. 하루 술에 취해 쓰러지면 다음날 아침에도 냄새를 풍기고 여운이 오래 간다.- 아침에 버스안에서 많이 경험했을 것이다.
젊음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세월이 지나면 스스로 깨닫겠지만, 한 순간 처럼 지나가는 것이 젊음이다. 화살 만큼이나 빠르게 지나가는 그 젊은 날을 약물같은 것에 의지하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코 길지 않은 인생, 온정신으로 열심히 살아도 제대로 살기 힘든 것이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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