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야간 자율학습을 끝나고 집에 귀가하는 시간이 보통 10시다. 일부 학생들은 그 이후 시간에도 학교에서 11시까지 공부를 하다 간다. 교사의 입장에서 내일의 수업이 있으니 10시 이후까지 학교에 남아서 아이들과 함께 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 하다. 그래서 PeterPan 역시 10시까지는 아이들과 많은 날들을 함께 하고 있지만 11시까지 남아 있어본 적은 없다. 학교에서 집까지 마을버스 타고 귀가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대략 20분에서 30분 걸릴 정도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어서 그나마 집에서 쉴 수있는 시간이 많아 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혹시 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40분 이상이 될 정도로 먼 곳에 사는 경우라면 거의 학교에 매일 남아 있다는 것은 정신적 신체적으로 불가능 하다 하겠다. 아무튼 PeterPan은 그렇게 야간 자율학습 하는 학생들과 같이 학교를 나선다.
마을 버스에서 내리면 가끔 아이들과 같은 정류장에서 내려 같은 아파트 단지안으로 동행을 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물었다.
"너 여기에서 사니?"
"아뇨!"
"그럼 왜 이리로 가니? 집에 안가고..."
"과외하러 가요."
순간 시계를 확인 하니, 10시 30분을 향하고 있다. 이 늦은 시간에, 그것도 주거 목적용 아파트 단지 안으로 과외를 받으러 간다니 정말 입이 다물어 졌다.
"무슨 과목?"
"영어요. 참! 여기예요."
PeterPan이 살고 있는 아파트의 옆동 앞에서 아이가 멈춰 섰다. 하긴 평소에도 그 동 건물로 그 시간에 고등학교 학생들로 보이는 아이들의 출입이 잦아서 의아해 했었다. 이 학생 말고도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몇몇이 그 동 건물로 들어 가는 것을 보았고 직접 대화로 확인을 했다. 거의 사설 학원 수준의 기업형 과외를 주택가 아파트에서 하고 있어 보였다.
국가에서 소득세는 납부할까? 출입하는 학생들의 숫자로 생각컨데 엄청난 과외비 수입이 있을 텐데...
"그렇구나. 그럼 열심히 공부하다 가거라."
"네! 안녕히 가세요"
PeterPan은 개인 과외 교습을 받고 있는 학생들에게 과외비를 얼마나 내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들이 과외 교습을 받고 내는 과외비 액수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고 있다. 아마도 과외교습 강사와 학부모 사이에 비밀리에 정해지고 약속되는 일인것 같다. 하지만 추측컨데 적지않은 돈이 오가고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니 거기에 대한 소득세는 전혀 없을 것이 뻔하다.
PeterPan은 과외 교습을 받아본 적도 거의 없고, 과외 교습을 해본 적도 없다. 대학에 입학할 무렵부터 전두환 철권 정권의 과외 금지에 맞서 세칭 '몰래바이트'라는 것도 해본적이 없다. 가난했던 부모님에게 용돈 타서 쓰고 도시락 싸들고 다니면서 대학 4년을 지냈다. 그래서 과외가 어떤 생리로 돌아가고 있는지 현직 교사 20년이 넘은 지금에도 잘 모른다. 다만 아이들로 부터, 때로는 학부모로 부터 듣고 추측만 할 따름이다.
들여오는 이야기로 요즈음 전문 과외하는 사람들은 이처럼 아파트 단지내에 세를 얻어서, 혹은 오피스텔을 얻어서 세칭 과외 영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 과외 교사인 만큼 그 소득은 상상을 할 수 없을 정도이고 그에 따르는 소득세는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가 일부 소수의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닌듯하다. 상당히 대중화 되어 있고 우리 주변 깊숙히 뿌리를 내린것 같다.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서 현직교사로서의 느낌은 결코 좋다고 말할 수 없다. 아니 극단적으로 자괴감이 느껴질 정도다. 매달 봉급 명세서에 들러 붙어있는 세금 및 준 조세 공과금의 목록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그래도 현직 교사니까 참고 견디어야 할 것을 뻔히 알지만 그래도 마음은 여전히 별도 좋지 않다. 그러니 사회와 정부에서 공교육이 부실하다. 뭐하다 하는 이야기가 나오면 화가 치밀어 오를수 밖에 없다.
오전에 이글을 쓰기 시작했다. 오늘 수업중에 그 아파트에서 과외를 하는 학생을 만났다. 학생들에게 문제를 풀어보게 하고 잠시 그 학생에게 가서 몇마디 질문을 했다.
"과외비는 얼마니?"
"선생님도 과외 하시게요?"
"아니, 현직 교사는 그런거 못해, 하다 발견되면 극단적인 경우 교사를 그만둬야 하거든."
"그래도 몰래 하면 되잖아요."
"그래도 샘은 안해. 잘못하다가 연금이니, 퇴직금 같은거 다 날라가는데. 얼마 안되는 돈 때문에 샘의 인생 전체가 담긴 것들을 망칠수는 없잖니?. 그냥 현실을 알고 싶어서 그래. "
그 학생은 자신의 과외비 내용을 말하고 싶지 않은 듯 했다. 아주 예외적이지만 과외비 지출 내역을 확실하게 알고 있어 보였다. 끊질긴 질문에 학생은 머뭇거다가 다른 아이들이 듣지 못하도록 손가락으로 과외 교습비를 알려줬다. 손가락 넷을 펼쳐 보였다. 40만원이라는 뜻이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아이들마다 다를 수 있어요. 시간에 따라서요...
"몇시간 하는데?"
"3시간이요."
"일주일에 몇번?"
"두번이요. 한시간 반씩..."
"영어니?"
"네!"
"그렇구나...!"
어떤 사람들은 이것은 별거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교육 1번지 강남이나 목동에 비하면 그럴 것이다. 아이들 한 둘 낳아 키우는 부모들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돈이 많이 들어도 사교육을 통한 명문대 입시가 가능하다고 여기는 한 이런 일이 계속 될 것은 자명하다. 그리고 우리 나라의 현실에서 그렇게 하는 부모들을 뭐라고 비난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아무리 PeterPan이 사교육 반대 의견을 갖고 있다 해도 모든 것을 희생해서라도 자녀를 대학에 보내려는 부모들에게 뭐라고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리 사회 현상이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역시 없다. 여기에 우리의 딜레마가 존재한다.
갑자기 이런 팝송이 머리속을 스쳐 간다.
<Where is the Love>
우리 사회의 정의는 도대체 어디로 숨어버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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