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수시 전형에 대한 유감

etLee 2009. 9. 14. 21:35

 

   오늘의 기점으로 일부 대학의 수시 원서 접수가 마감되었다. 개학후 고3 담임들은 2학기 수시 원서 접수와 관련된 업무로 거의 넋이 나간 상태가 되었다. 한 대학에서도 지원하는 조건 뿐만이 아니라 전형방법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고3 담임과 학생들이 겪는 혼란은 감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러한 와중에 상당수 수시 지원 대상 영역을 벗어난 내신 성적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겪는 혼란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아비규환과 같은 학교 현장에서 정신없이 하루 하루 아이들과 생활하다보면 이따금 한가지 의문이 자꾸 머리속을 맴돈다. 도대체 현재의 입시 제도라는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이고, 그 누가 가장 수혜를 받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그것이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교사의 관점에서 현행 입시제도를 한마디로 규정하라고 하면 "역사상 가장 잔인한 입시제도"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수시 전형이라는 것이 그렇다. 수시 입학 전형이라는 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의 의도는 획일적이고 일원화 되어있는 입학 전형을 다양화 해서 학생들에게 다양한 대학 입학의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는 취지였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수시입학 전형제도는, 그 원래의 의도와 목적을 이미 오래전에 관속에 담아 땅속에 묻어 버려, 그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다.

 

   수시전형 제도의 존재의 기반은 강력한 신뢰성을 바탕으로한 객관적이고 공정한 내신성적 평가제도라 하겠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내신성적의 객관성과 신뢰성에 의문부호를 달고 각자 자기 자신들의 기준을 정해서 변칙적인 수시전형을 개발해 시행해 왔다. 전년도 고대 수시전형과 관련되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이 그 전형적인 예라고 말할 수 있다. 금년도 대학들은 변칙적인 수시 전형에 따르는 사회적인 비난을 피하기 위해 또 다른 제도를 만들어 냈다. 즉 금년도 부터는 수시 전형의 1차 평가에서 전년도와는 달리 지원학생 모두에게 논술 평가를 실시하여 반영하겠다고 한다.

 

   수시 전형의 경쟁율이 최소 7-8대 1에서 대부분의 경우 수십대 일, 아니 수백대 일이 넘는 경쟁율이 그렇게 특별한 일이 아니라, 거의 일상화 되고 있는 현실에서 또 다른 의문점이 자연스럽게 부각된다. <논술 평가가 정말 제대로 이루어 질 것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대학 교수님들은 어떻게 자신들의 제자들을 가르치고 레포트을 읽고 평가하고, 학술지에 발표한 논문들을 위한 연구 활동들 하면서, 동시에 그렇게 많은 고3 학생들의 논술 답안지를 읽고 평가할 것인가?> 정말 이러한 일들이 가능한 일인가? 이미 수시 전형제도가 대학의 입장에서는 엄청난 이익이 남는 장사가 되었다는 현실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싶지 않다.

 

   어떻튼 오늘을 마감으로 상당수 고3 학생들이 2학기 수시 원서 작성을 마쳤다. 아직도 상당수 대학들이 접수 중에 있고 2-2 수시 접수를 따로 하는 대학이 있다는 현실 속에서 아직도 학생들은 고민하고 방황을 계속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끝이 아니다. 대학들은 자신들의 논술 평가 결과나 면접 및 다양한 평가 결과도 믿지 않는것 같다. 수시전형을  간신히 통과한 학생들을 기다리는 것은 수능 최저 학력 기준 통과의 과제다. 그많은 시간과 노력을 통해 지나온 과정들이 대학에서 요구하는 수능 최저 학력을 채우지 못하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되어 버린다.

 

   고3 학생들은 2학기 수시가 시작되면, 거의 무제한으로 지원 가능한 수시 전형에 온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시간을 소비하느라고 수능 준비는 뒷전으로 미루어 놓는다. 반면에 재학생의 숫자와 비슷한 수의 재수생과 반수생들은 수능에 모든 열정과 노력을 쏟아 부어 엄청나게 앞서 나간 상태다. 거기에 각종 특목고에서 내신 포기한 학생들 역시 수능 시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상황이다. 수능 등급제도는 철저하게 상대 평가를 하는 제도다. 그러니 수시를 겨우 통과한 고3 재학생들이 수능 최저학력을 통과하기가 생각처럼 쉽고 만만한 일이 결코 아니다.

 

   그래서 현재의 입시제도가 고3 재학생에게 잔인한 제도라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와 대학들은 한술 더 뜬다. 소위 입학 사정관제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도대체 어린 학생들보고 어쩌란 말인가. 입학 사정관 제도라는 것이 대학마다 기준이 다르고 전형 방법이 다르고 의도가 다를 것인데 그 많은 요건들을 총족시키기위해 학생들은 또 어디로 찾아가서 도움을 청한단 말인가. 그렇다고 수능제도을 완전히 없앨 수도 없을 텐데 학생들에거 추가되는 그 엄청난 부담은 어찌하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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