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특선 영화였나 보다. 우연히 TV체널을 여기 저기 돌리다가 보게 된 영화다. 우리나라 영화, 아니 어느나라 영화이든 간에 영화라는 것을 볼 시간이나 경제적인 여유가 그렇게 많지 않아서 PeterPan은 그런 영화가 있었는지 조차 몰랐다. 그냥 영화 제목이 시선을 끌기에, 보기 시작했다.
몇년전 모 여고에 있을때 였다. 한 녀석이 갑자기 PeterPan에게 E.T라고 했다. PeterPan은 그 녀석에게 "내가 외계인이라고?" 하고 물었다. 그 녀석은 PeterPan이 English Teacher니까 당연히 E.T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경험 때문에 이영화를 당연히 영어교사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하고 보기 시작했다. 물론 영어교사와 전혀 무관한 영화는 아니었지만 PeterPan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른 영화였다.
세상 사람들은 이미 이 영화에 대하여 많이 알고 있는 것 같다. 상당히 많은 영화 팬들이 이미 이 영화를 보았고, 이번 추석 연휴를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보았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 영화의 내용에 대해서는 더이상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 영화를 별 생각없이 단순히 영화, 특히 오락영화라는 관점을 갖고 보면 상당히 재미있고 꽤 괜찮은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또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상당 부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인정된다. 하지만 PeterPan을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마음 한구석에서 뭔가 불쾌한 감정이 남아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미 우리나라 교육현실은 모두가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입시위주', '주입식 교육', '교실붕괴', '공교육의 몰락' 등등의 표현들이 우리 교육의 현실을 표현하는 대명사가 된지 이미 오래 되었다. 그러니 이런 주제로 어떤 글은 쓴다는 사실 자체도 이미 식상한 일이 되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 교육의 모든 문제들에 대한 책임이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에게 전적으로 있다는 논지의 비난에도 더 이상 반박할 기력조차 남아 있지 않다.
이 영화속의 인물 천성근 교사가 근무하는 학교는 강남에 위치한 사립학교다. 이 학교 교사가 되기 위해 그는 자신의 은사이며 이 학교 교장에게 천만원(?)의 촌지를 전해 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역시 촌지를 받는다. 불우한 제자들을 남몰래 도와주기 위해서 그런 것으로 묘사되고 있다. 그래! 그냥 오락영화로 보자. 별 의미 부여하지 말자. 재미있잖아! 이렇게 마음 속에서 외쳐보았지만 반복해서 PeterPan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화두가 있었다. <목적이 정의롭다면 그 수단 역시 정의롭단 말인가?> PaterPan의 생각과는 다르게, 이 영화는 이 화두에 대해 긍정적으로 답하는 듯하다.
오늘 한녀석이 PeterPan에게 어떻게 교사가 되었는지 물었다. 아니 얼마가 들었는지 물었다. 그 녀석이 어떤 의도로 그런 질문을 했는지 알길 없다. 그냥 농담 삼아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냥 문제 삼고 싶지 않았다. 단지 아직 학생 신분인 아이들에게서 그러한 질문을 하게 만든 것이 무었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았을 뿐이다. 물론 이 영화가 우리 아이들에게 그런 질문을 꺼리낌없이 할 수 있게 한 것은 아닐 것이다. 이런 종류의 영화(예를 들어 '두사부 일체')는 이미 전에도 있었지 않았는가?
<울학교 이티>를 보면서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한 점이 바로 이것이다. 이러한 영화를 본 아이들이 단순이 오락 영화로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며,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우리 교육 현실에 대해 뭔가를 판단하고 내면화 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그 내용이 부정적인 것이 될 가능성 더 크다는 점이 PeterPan의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아무튼 수많은 어른들이 자신들의 학창시절을 부정적인 기억들로 채우고 있는 것처럼, 지금의 아이들도 그렇게 하면서 어른이 되어간다. 그것이 좋던 나쁘던 간에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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