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 들어서 거의 매일 우리반 교실에 남아서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녀석들 사진 한컷 찍어 보았다. 말 그대로 자율학습 중이다. 강제로 남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다. 단지 수능 보기 전까지 PeterPan이 매일 10시까지 남아 있겠다고 했다. 그냥 공부할 녀석 있으면 남아서 함께 해보자고 했다. 물론 여학생들의 교실 하나 개방해서 그 교실은 3학년 담임 교사들이 교대로 남는다. 하지만 매일 교실에 남아 있는 남학생의 수가 여학생의 수보다 거의 2배 가까이 된다. 다른 곳에 자율학습 실이 있기는 하다. 그런데 이 녀석들은 그곳 보다는 교실이 더 좋다고 한다. 지금 PetePan은 교탁 옆에 앉아서 이녀석들을 바라 보며 글을 쓴다.
이 사진을 찍을 때에는 모두 23명의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중간 휴식 시간에 일부 학생이 귀가를 한 것 같다. 지금은 20명이 앉아 있고 그 중에 8명이 우리반 녀석들이다. PeterPan은 이녀석들의 힘겨움을 매일 몸으로 느낀다. 말로 표현 할 수 없는 삶의 무게가 그들의 어깨에서 느껴 진다. 이들 중 몇명이 내년 2월까지 4년제 대학 진학에 성공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그냥 아이들을 위해 함께하며, 가끔 교실 청소도 해주고, 정말 어쩌다 이지만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주면서 격려하는 것이 PaterPan의 일이다.
엊그저께 상당수 4년제 대학들의 수시 원서 접수 마감이 끝났다. 대부분의 대학 평균 경쟁률이 평균 20대 1에서 30대 1을 넘는다고 한다. 어떤 대학의 어떤 수시 전형은 1명 모집한다고 하는데 지원 학생은 엄청나다고 한다. 정말 웃긴다. 전국에 있는 거의 모든 고3 담임들이 그랬겠지만, PeterPan 역시 합격 가능성이 극히 적은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자기 소개서 작성을 돕거나 추천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보냈다. 아이들의 상담과 수시 원서 작성에 온갓 기운을 따 빼앗기고, 지금은 이렇게 야간 자율학습 지도에 매달린다.
PeterPan은 어제 그냥 계산기를 두들겨 봤다. 전국에서 평균 경쟁률이 가장 높다는 S대학이 이번 수시 전형에서 거두어 들인 전형료의 총액이 얼마인지 알아보고 싶었다. <S대는 정원 1213명에 5만4045명의 수험생이 지원해 경쟁률 44.6대1을 기록했다. > 지난 월요일(9월 15일) 모 신문 기사 내용이다. 학생들이 전형료로 결재한 액수가 8만원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수시에서 S대학은 전형료로 43억 2천만원 이상의 전형료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말 놀라운 일이다. 이런 식으로 전국에 있는 4년제 대학이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들로 부터 거두어 들인 전형료를 전부 계산해 보면 정말 천문학적인 숫자가 나올것이 뻔하다.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정말 우리나라 대학들 장사 잘 한다. 들어가는 원재료 하나 없고 기존의 시설, 인적 자원을 이용해서 벌어 들이는 부업에, 세금도 안내는 그야 말로 순수한 수입이 아닌가. 우리 속담에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주인이 가져간다.>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대학 입시라는 전국적인 놀이 판에서 곰은 누구이고 주인은 누구일까? 다양한 수시전형 원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대학들이 학생들에게 요구하는 자료들을 준비하고, 추천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정말 화가나는 일이 많았다. 모 대학에서는 추천서을 작성하는 교사의 주민등록 번호까지 기록하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대학들은 고3 수험생과 학부모, 그리고 담임 교사 앞에서는 정말 폭군처럼 행동하는것 같다. 게다가 최대한의 이익을 챙기면서... <횃대 밑에서 호랑이 잡는다. >는 속담 처럼 정말 웃긴다. 세계적인 대학들과의 경쟁에서는 별로 보여준 것도 없으면서...
대학들이 수험생들을 상대로 어떤 행패를 부리던지, 아이들은 아무것도 모른다. 저녀석들에게 지금 다급한 것은 공부하는 일이다. 대학들의 그런 행태 따위는 생각해 볼 여유도 기회도 없다. 자신들에게 닥친 삶의 무게가 그만큼 무거우니까. 그러는 가운데에서도 아이들은 각자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불확실한 미래에 항상 불안하다. 그러한 모습을 그냥 지켜보아야 하는 학보모들과 고3 담임들의 마음 속이 검게 타들어간다는 사실을 대학들은 진정 알기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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