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학년 담임을 하며 입시지도를 마지막으로 한게 2009년도였나 보다.
그땐 학생부 종합전형이란게 없던 시절, 입학사정관제를 입시의 축을 바꾸겠다고 하던 시절이다.
이후 나는 고 1,2학년 담임을 하면서 고 3 교실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다.
금년을 마지막으로 내년에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야해서 여러가지 이유로 고 3 수업을 맡게 되었다.
물론 담임을 피하면서...
고 3교실의 풍경이 많이 변했다.
그것도 부정적으로 말이다. 얼마전 금년도 수시모집 인원이 전체 모집 정원의 70%라는 언론 보도를 보았다.
언론 보도는 사실확인된 정보라서 내가 알고 있는 것과 같다.
하지만 70%라는 사실 뒷면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고등학교 교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정말 슬픈 모습들인데
세상 사람들은 전혀 모르는 것 같다.
교실에서 내신에서 밀린 대다수의 고3 학생들이 직면한 현실은 거의 절망적이다.
여기저기서 그들에게 들려오는 이야기중에 희망적인 것은 거의 전무하기 때문이다.
30%도 안되는 정시에 합격하겠다는 희망과 기대도 반수생, 재수생들에게 자리를 내주어야 할 만큼,
대입 학력 모의고사 성적은 자신들이 바라는 대학과는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표에 표시되어 있는 각각의 수치들은 움질일 기미가 전혀 없다.
그나마 그 수치들이 하향곡선을 그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고3 교실은 내신 상위권 안에 들어있는 학생들에게도 천국은 아니다.
단지 내신에서 밀린 학생들보다, 조금 더 희망과 기대가 있을 뿐이다.
이들에게도 교실은 불편한 장소, 어쩌면 자기들이 가는 길에 방해가 되는 불필요한 곳이다.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고, 이미 마음속에 정해져 원서 접수만 남은 대학의 전형에 맞게
준비하는 과정에, 고3 교실에서의 교과 수업 내용은
그들에게는 거의 관련이 없어 보이고,
더 나아가 소중한 시간을 낭비하게 하는 거추장 스러운 것이기 때문이다.
이들 상위권 학생들에게도 수능 준비는 기껏해야 최저 등급을 충족시킬 정도면 족하다.
1학년 때부터 정시로 자기들이 원하는 대학을 합격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하다고
귀에 못이 박힐때까지 들어온 터이고
자신들의 모의고사 성적이 이를 증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시는 70%이고, 정시는 30%인데,
그것은 재수생들의 몫이 아닌가?"
그래도 내신 상위권 21%(3등급) 안에 있는 학생들에게는
희망과 기대감이라도 있다.
나머지 79% 학생들에게 고3 1년은???
내년 3월이 되면, 이들 중 소수는,
자신들이 3년전에는 생각해보지도 않았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어딘가에서,
어떤 생소한 강의실에서,
강의를 듣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그리고 많이 후회하기도 하고 원망하기도 하겠지....
희망도 없고 기대할 수 없으면, 그런 상황은 절망이다.
고3 교실에서 함께 생활하는 교사의 눈에도
그렇게 비쳐진다.
학생들이 정말 힘들다.
이런 수능 시험 왜 존치시키는지 모르겠다.
내신에서 밀린 학생들에게
'the second chance'의 희망을 주지도 못하면서...
학생들에게 "너희들도 정시로 원하는 대학을 갈 수 있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없다.
2009년 우리반 학생들에게 말한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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