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cher이기를 그만두고 1년이 지났다.
30년 하고 6개월 동안 그짓거리를 하면서도 TeacherLee라고 떳떳하게 말 할 수 없었고, 그만둔 이후 1년 동안은 더욱 더 말하기 힘들었다. 그 세월동안 몸과 마음이 많이 다치고 무너졌던 모양이다. 지금도 피곤하고 힘들면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내자가 병원에 가보라고 한다. 코이카 봉사단에 씩씩하게 지원했는데 건강 문제로 낙마했다. 정년이 되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는 나이에도 불구하고, 정년을 다해서 퇴임한 선배 선생님들보다 건강이 더 망가졌나보다. 지난 1년은 그렇게 다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는 시간이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가 봉사활동이라는 것을 하겠다고 나서 퇴직공무원 봉사단체에 참여하여 활동을 시작한 것도 겨우 지난 3월부터다. 긴긴 겨울 기지개를 피고, 이제 막 피어오른 어린 새싹처럼 허약하고 상처받았던 마음이 이제 조금씩 제 자리를 찾아가면서 뭔가를 시작할 수 있다는 용기도 생겨났다. 그저께 아침인가 보다. 아침 식사를 하다가 집사람이 "아빠는 퇴임후 수도자처럼 생활한다."고 말했다. 하긴 퇴임 전후 내가 그에게 수도원 같은데 들어가서 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다. 남은 삶을 그렇게 살고 싶었다. 그리고 그가 동의만 했었다면 그런 길을 찾아 나섯을 수도 있었다.
인생 살아 보니 별것 아니라는 생각이다. 깊은 회한을 가지고 지난 날들을 돌이켜 보니 그렇게 아옹다옹 다툴 일도 별로 없고 고집스럽게 집착할 일도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것, 내 생각이라는 것도 시간이 흐르면 낯설게 느껴질때가 온다는 것을 조금이라도 일지감치 깨달았다면 그렇게 힘들게 살지 않아도 되었을 것인데 그렇지 못했다. 이런 저런 생각에도 잘한 일이 있다면 껍데기 만의 Being Teacher에 집착하지 않고 멈춤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덕분에 몸과 마음이 더 부서지고 무너지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제야 authentic teacher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머루(2017. 08. 17 북한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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