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I am nothing!

etLee 2017. 7. 4. 22:06

새로운 학교에 발령 받아 일을 시작한지도 벌써 4개월이 지나, 이제 학기말을 앞두고 있다.

집에서 멀지 않아서 좋았고, 새로 지은지 얼마 안되어 학교 건물 구조가 구석 구석 아기자기한 공간과, 일층 로비에 놓여진 테이블과 의자가 좋게 느껴져서 좋아했던 학교였다. 학교 연못 옆 소나무 아래에 핀 할미꽃이 있어서 좋았고, 여기저기 범부채 꽃이 앙증맞게 피어서 좋은 교정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마지막으로 선생으로 근무하게 될 학교이었기에 마음가짐이 새로와서 좋았다. 3월, 개학 후 아침 7시 10분 전후에 학교에 도착해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믹스 커피 한잔 타서 1학년 6반 교실 앞 복도 창가에 서서 밖을 보며 마시는 커피가 좋았고, 점심 식사후 1층 로비에 앉아 또 한잔의 커피를 마시며 생각하는 것을 행복해 했었다.


내 인생의 전부 였던 교사로서의 삶의 끝을 앞두고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때로는 설래임과 기대감을 갖고 시작한 봄날이 가고 정말 무더운 삼복 더위을 맞이 하게 되었다. 최근의 PeterPan의 마음은 더운 여름 만큼 힘겹다. 매일 매일 학교라는 공간에서 경험하고 보여 지는 것들이 30년의 교직 경력을 무색하게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며칠전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중에 한 학생이 갑자기 일어나 앞의 빈책상에 있던 의자를 자기 앞에 끌어다 놓고 두 다리를 올리고 거의 누어있는 자세로 앉았다. PeterPan은 학생에게 그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말하며 발을 내리고 학생 답게 앉으라고 했다. 그러나 그 학생은 내 말을 들은 척도 않하고 그대로 있길래, 더욱 더 단호한 목소리로 발을 내리고 바르게 앉으라고 말했다. 그 학생은 결국 벌떡 일어나 걸상을 발로 툭 차고 "씨-"하며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 학생은 다른 학생에 의해 다시 교실 안으로 들어왔다. 잠시 동안의 대화를 통해 학생은 교사인 나에게 모든 학생들 앞에서 "죄송하다고 했다." 나는 그 학생의 사죄를 받아들이고 이 일에 대해서는 학생에게 더 이상의 책임은 묻지 않기로 했다. 학생에게 나한테는 더이상 이런 행동을 하지 말라고 하면서...


PeterPan은 또 말한다. "I am a Teacher"라고... 아이들이 옳지 않은 행동에 변화의 가능성만 있다면 늘 용서하고 감싸 안을 수 있다고... 그래서 그냥 이 일을 넘어 간다. 아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최근 며칠 동안 생각이 많다. 내가 이 학교에서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떤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처음 이 학교로 발령 받았을 때에, 전에 근무했던 학교에서 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더 많이, 더 열심히 가르치고 더 많은 시간을 학생들과 보내면서 그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위로하고 격려하며 살다가 교사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겠다고 다짐하며 이 교정에 첫 발을 들여 놓았다.

그러나 4개월이 지난 지금, 이 작은 공간에서의 삶에 지쳐

Who am I?

What am I?"

라고 자문하며 헤매이고 있는 존재가 되었다.


"I am nothing!"이 최근에 PeterPan이 스스로에게 묻는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유일한 답이라면

이 작은 공간에서 

어떤 희망이나 의미를 찾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 답이 I am nothing!이 아니기를 바란다.


여기 석가모니 와불은 무슨 생각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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