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아보카드 키우기

etLee 2020. 9. 4. 23:07

   작년 1월 말인 것 같다. 냉장고 야채 보관함에 처음 보는 이상한 열매가 하나 있었다. 딸에게 물어보니 아보카도라고 했다. 먹으면 몸에 좋다고 한다. 하지만 집사람은 그 열매에 대해 아무 말이 없었다. 그 열매는 우리 집 냉장고에 꽤 오래 동안 그대로 놓여 있었다. 3월 초 어느 날 아보카도가 다시 내 이목을 끌었다. 1개월 이상 냉장고 속에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그것의 신선도를 살펴보며 버릴 건지 아니면 먹어야 할지 잠시 고민했다. 그리고 딸이 가르쳐 준대로 껍질을 까서 조심스럽게 먹었다. 음식 버리는 것이 싫어서 먹기는 했지만, 사람들이 무슨 맛으로 이것을 먹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껍질을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었지만 메추리알만큼 커다란 씨앗을 버리는 것은 망설여졌다. 오렌지를 먹다 보면 가끔 씨가 나오는데 그것을 심으면 싹이 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베란다에 있는 빈 화분에 그 씨앗을 묻고 다른 화분에 물을 줄 때마다 함께 물을 줬다. 그러나 봄이 다 가고 장마철이 되어도 싹이 나오지 않아 죽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마가 끝날 무렵 어느 날 새싹이 트는 게 보였다. 난생처음 보는 식물이 씨앗에서 싹트는 것을 관찰하는 것은 정말 신기했다. 얼마 후, 인터넷 검색엔진에서 '아보카도 키우기'를 입력하고 엔터 키를 눌렀더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보카도 싹 띄우기를 하고 큰 나무로 키우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식물을 키우는 일은 꽤 번거롭다. 거의 매일 물 주는 일도 그렇고 창문을 꼭꼭 닫아 두는 겨울에는 잎에 먼지가 쌓여 가끔 잎을 씻어 줘야 한다. 또한 식물들이 한쪽 방향에서만 햇빛을 쪼이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화분의 방향을 바꿔줘야 한다. 그리고 거의 매년 가지치기를 해줘야 식물이 예쁜 모양으로 자란다. 무엇보다도 분갈이가 가장 큰 일이다. 어떤 식물은 매년 분갈이를 해야 제대로 큰다. 아무리 분갈이를 안 해도 3년에 한 번쯤은 반드시 분갈이를 해줘야 식물들이 제대로 성장하는 것 같다. 그밖에 여러 가지 이유로 베란다에서는 많은 식물을 키울 수가 없다. 그래서 관상가치가 높은 식물이거나, 아니면 기르는 사람이 특별히 좋아하는 식물들로 엄선해서 키우기 마련이다.

 

   이 녀석이 우리 집에서 싹이 터서 크기 시작한 게 어느덧 두 해가 지나고 있다. 그런데 살펴보니 모양이 보기에 그렇게 예뻐 보이지 않는다. 잎 모양도 관상 가치가 떨어지고 열매를 맺기 위해 큰 나무로 자라는 식물이라 좁은 공간에서 키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 좁은 화분에서 자라니 꽃을 피우고 열매 맺기를 기대할 수도 없으며, 그냥 관상만을 목적으로 키우기에 적당한 나무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서 오늘 아침 물을 주면서 이를 어찌할까 하고 문득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엄청난 생명력을 가지고 살려고 내 집에서 생겨난 것을 어찌 쉽게 내다 버릴 수 있겠는가? 작년 늦가을, 어떤 일로 집 베란다에서 키우던 식물들을 거의 다 다른 이에게 내줬다. 그런데 이 녀석이 집에 남아 있게 되었다.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이니 떨궈내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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