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야기(My Stories)

성룡 영화 안보기

etLee 2020. 9. 7. 21:35

    명예퇴직 이후에 유선 TV를 통해 외국 영화를 많이 보게 되었다. 하는 일이 없어지고 아직 새로운 직업을 찾지 못했다. 그나마 작년에는 사회공헌 활동을 하거나 모교 도서관에 나가서 책 보고 인터넷을 이용해서 영어 공부하면서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Covid-19 창궐 이후에는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그 모든 활동을 중지해야 했다. 주말에 한번 산에 가는 것 외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 머물며 영어 공부를 하는 게 하루 일과가 되었다. 그러다가 돌이 채 안된 자식 키우느라 힘들다고 딸 녀석이 우리 집에 와서 1-2주 동안 머물게 되면 외손녀 돌보면서 TV와 친해지게 된 것 같다.

 

   하지만 아무리 할 일 없고, 유선 TV서 볼만한 영화가 없는 때라도 성룡 영화가 나오면 바로 TV 스위치를 꺼버리거나 채널을 바꾼다. 나는 유선 TV에서 옛날 성룡 영화가 왜 그렇게 빈번하게, 꽤 많이 방영되어야 하는지 궁금할 때가 가끔 있다. 옛날 젊은 시절에는 성룡 영화를 정말 좋아했다. 이소룡 영화보다 더 좋아했다. 성룡에 대한 거부감은 그가 친 중국 성향을 보이면서부터다. 특히 홍콩 보안법을 지지하는 홍콩의 연예계 인사 중에 그가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이후, 그의 이름 조차 입에 담고 싶지 않았다.

 

   최근에 '보안법 이후 홍콩'을 주제로 하는 기사를 언론 매체에서 많이 다루고 있다.  그동안 홍콩 민주화 운동 과정을 언론을 통해 듣고 지켜보면서 슬프게도 1989년 6월 북경 천안문 광장에서의 민주화 운동이 좌절되었던 모습이 데자뷔 되곤 했었다. 그런데 북경의 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홍콩 보안법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 그 데자뷔가 현실이 됐다는 사실에 슬프고 당황스러웠다. 필자는 홍콩 보안법 체제 하에서, 홍콩 젊은이들이 느끼는 좌절감에 대해 조금은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1987년 6. 10 민주화 항쟁 후, 대통령 선거에서 정권 교체에 실패했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실망과 좌절감을 겪었고, 세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느낌이 생생히 남아있다.

 

   얼마 전 중국 정부는 내몽고 자치구의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중국어 교육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내몽고 자치구에는 약 420만 명의 몽골 민족이 있으며(2010년 인구조사), 이는 자치 지역 인구의 약 17%를 차지한다고 한다. 사실 중국 정부의 중국 내 소수민족에 대한 중국어 강화 정책은 오래전부터 시행되어 왔다. 단지 시진핑이 체제 이후 더욱더 체계화, 강화되었을 뿐이다.  2017년과 2018년에는 신장위구르 자치구와 티베트 자치구에서 같은 조치가 시행되었다.

 

   중국 공산당 정부는 오래전부터 중국 내 소수 민족을 한족으로 동화시키는 정책을 추구해왔고, 그 과정에서 소주 민족의 전통문화와 풍습을 억압하고 더 나아가 그들의 언어까지 말살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현재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어떤 일들이 발생되고 있는지 외부 세계에 알려지는 것이 거의 없다. 추측하건대, 인간으로 서의 기본적인 인권이 침해되고 무시되는 일이 일상화되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2019년도까지만 해도 신장위구르 자치구에서 활동하는 한국인들이 꽤 많이 있었지만 지금은 빠져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

 

   자국 내 소수민족들을 대상으로 하던 폭압적 행동을 중국 공산당 정부는 타 국가와 국민들을 대상으로도 똑같이 하려고 한다. 우리나라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사드 보복이 그랬다. 최근에는 중국 왕이 국무위원이 유럽을 순방하는 중에도 그랬던 것 같다. 왕이 국무위원은 체코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대해 “‘하나의 중국’ 원칙에 도전하는 것은 14억 중국 인민을 적으로 삼는 것이며, 그에 대한 막중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한다. 홍콩과 신장위구르 인권 문제에 대해 우려를 제기하는 경우에는 중국 내정문제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그들은 또한 남중국해에 인공섬까지 만들어 놓고 자기들 영해라고 주장하고, 홍콩 민주화 운동을 지지하는 연예인과 그 소속사, 그리고 스포츠 스타와 소속팀을 대상으로도 보복 행위를 서슴치 않는다. 중국의 이러한 일련의 행태는 거대한 국가의 통치 및 외교활동이라기보다는 동네 골목대장이 하는 짓과 거의 다를 바 없다. 

 

   최근 몇 년간 그렇게 오랫동안 세계적인 문제 중의 하나로 떠올랐던 홍콩 문제에 대해서 우리나라 대통령을 비롯한 거의 모든 위정자들이 왜 침묵을 하고 있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더군다나 현재의 집권세력들은 멀리는 6. 10 항쟁과, 가까이로는 광화문 촛불항쟁을 바탕으로 정권을 잡게 된 사람들인데 말이다. 광화문 촛불집회중에 내가 앉아있는 곳 뒤 가까이에서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휴대폰 사진으로 담아 놓은 사람이 현재의 대통령이고, 여당의 전 원내대표 역시 6. 10 항쟁 당시 전대협 의장을 했던 사람으로, 그해 여름에 필자도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서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많이 두려웠다. 위정자들이 말하는 민주주의, 자유, 평등, 정의, 진리, 인권, 공정 등 온갖 어휘들에 대해 필자가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의미와 저들이 생각하고 의도하는 의미가 다를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이다. 필자가 생각하기에 정의롭지 못한 일인데 위정자들은 정의롭다고 말하는 경우가 더 많아졌다. 내가 보기에는 옳지 않은 일인데 문제없다고 말하는 경우가 너무 빈번하다. 더욱더 우려되는 점은 거의 비슷한 사건이나 일을 판단하고 평가할 때 그 일의 주관자가 누구냐에 따라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어쩌면 홍콩 민주화 운동을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이 나의 그것과 많이 달라서 그런가 보다. 또한 민주주의나, 자유, 인권... 등에 대해 그들이 생각하는 어휘 개념이 내가 생각하는 개념과 엄청나게 다른가 보다. 그런데 답답하고 억압감을 느끼는 것은 위정자, 그들이 결코 아니다. 내가 답답하고 억압감이 느껴진다.

시간이 가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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